ISA 예고된 실패… 소비자들 피해 눈덩이

2016-10-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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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만능통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반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전부터 지적받았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금융사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초반 은행·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상품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의 피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ISA 신규 가입자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도해지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ISA 다모아를 보면 지난 8월 ISA 가입자수는 1만4246명에 그쳤다. 상품이 출시된 3월에만 120만명 넘게 가입하며 초반에 높은 관심이 쏠렸지만 이후 4월 57만명, 5월 36만명, 6월 23만명, 7월 1만7000명 등 매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도해지하는 사람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8월 해지계좌는 6만725개로 전월 3만9285개 대비 2만개 넘게 늘었다. 일임형 ISA 수익률이 공개되기 전인 6월(2만8470개)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이처럼 ISA의 인기가 시들해진 원인은 의무 가입 기간, 절세 혜택 부족, 불확실한 수익성 등 출시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ISA는 5년간 의무 보유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으로 이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를 해야 한다. 비과세 한도가 연평균 4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더욱이 5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하지 않으면 세금 혜택을 그대로 토해내야 한다.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1000만원씩 5년간 불입, 2.2%의 수익률을 가정해 조세감면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절세 효과가 연 7만590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가입대상을 근로소득자, 자영업자, 농업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로 인해 가입자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SA를 먼저 선보인 영국의 경우 투자형은 18세 이상, 예금형은 16세부터 가입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출시 후 3개월 지난 시점에서 일임형 상품의 수익률을 공개한 점도 ISA 실패에 한 몫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일임형 상품 수익률은 평균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수익률 공시 오류 등으로 신뢰도까지 떨어졌다.

실제 수익률이 공개되기 전인 6월 임임형 ISA의 중도해지 계좌는 1672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수익률이 공개되면서 7월 5397개, 8월 1만4545개 등 두 달 새 10배 가깝게 확대됐다.

따라서 출시 초기에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지금 중도해지할 경우 원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혹은 제로인 경우 기존에 나간 수수료까지 더해져 투자금을 그대로 회수할 수 없다. 수익률이 플러스여도 수수료 수준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서민재산 증식에 도움을 주겠다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약속과는 달리 ISA는 적금보다 못한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계속된 실책으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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