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인천 영종도) 이소현 기자 = 은은한 하늘 빛깔이 감도는 볼보 'S90'은 마치 여유 있고 기품 있는 북유럽 신사를 보는 듯 했다. 조수석에는 흰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빨간색 하이힐을 갖춰 신은 레이디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만 같았다. 앞에서 보아도 뒤에서 보아도 “고급스럽고 우아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때문에 볼보는 이 차의 별명을 ‘스웨디시 젠틀맨’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볼보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 S90을 타고 지난달 27일 인천 영종도와 송도 일대 왕복 110㎞ 구간에서 상품성을 평가해 봤다. 시승차는 가솔린 T5와 디젤 D5 AWD 모델로 모두 최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으로 구성됐다.
실내 디자인은 또 다른 반전매력을 선보인다. 차에 탑승하자마자 보이는 세로형 9인치 센터콘솔 디스플레이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시인성이 좋다. 세로형으로 배치된 에어컨 송풍구는 S90만의 독특함으로 다가온다.
곳곳에 포인트로 자리잡은 은색 크롬라인은 시각적으로 일체감을 준다. 앞유리에 뜨는 풀컬러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안전운행을 보조한다. 나파가죽과 마사지 기능이 적용된 시트는 포근함을, 북유럽 나무가 적용된 인테리어 포인트는 고급스러움을 풍겼다.
안전을 기본으로 각종 편의 장치도 갖췄다. 특히 긴급제동 성능이 우수하다. 앞차와의 간격이 좁지만 브레이크가 덜 밟혔을 때 계기판에 깜빡거리는 빨간 경고창이 뜬다. 순간 안전벨트는 꽉 조여오고 저절로 브레이크가 최대로 밟히면서 차는 멈춰선다.
S90은 자율주행기술에도 성큼 다가섰다. 반자율주행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차선을 유지하면서도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줘 고속도로 구간에서 편한 운전이 가능했다.
주행성능 역시 안정적이다. 전륜구동 가솔린 T5와 사륜구동 디젤 D5 AWD은 차이가 확연했다. T5는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아도 거부감이 생길만큼의 소음은 없었다. 코너를 돌 때도 상당히 부드러운 움직임이 느껴져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반해 D5 AWD는 강력한 엔진음과 함께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파워펄스’ 기술이 적용돼 변속구간에서 즉각적인 터보 반응으로 가속도도 빠르게 붙었다.
S90의 백미는 사운드다. 단언컨대 그동안 타본 시승차 중에서 귀를 가장 즐겁게 해주는 차였다.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인 바워스&윌킨스 스피커가 탑재돼 차 안은 마치 작은 콘서트홀을 방불케 한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거나 차에서 시간 보낼 일이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장점으로 다가갈 것이다. 빵빵한 사운드의 비결은 총 19개의 스피커가 곳곳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음향모드도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 등 총 3가지를 설정해 들을 수 있다.
총평을 하자면, S90은 35세 이후의 전문직 종사자나 유능한 사업가에게 적합할 듯 싶다. 여기에 가격도 경쟁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에 비해 트림에 따라 5~10% 가량 저렴한 5990만~7490만원으로 책정돼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