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기업 1년실적으로 집 한채 못사" 부동산 광풍에 중국경제 '휘청'

2016-10-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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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아서 적자 메우는 상장사…부동산 투자에 의존

날뛰는 집값…증시·위안화·실물경제까지 '위협'

투기억제 팔 걷어붙인 중국

중국 부동산 시장[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1.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특별관리종목 대상 기업인 ‘*ST닝퉁B’. 최근 베이징 시청구, 소위 ‘8학군’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 소유한 집 두 채를 내다판다는 공시를 냈다. 140㎡ 남짓한 집 두 채를 내다팔아 마련한 자금은 2272만 위안으로 채당 1000만 위안(약 16억원)이 넘는다. 12년 전인 2004년 매입 때보다 무려 16배가 올랐다. 이미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ST닝퉁B’은 올 상반기 2100만 위안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흑자 전환을 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 위험에 놓인다. 그런데 적자 수렁에 빠진 ‘ST닝퉁B’를 구한 건 뭐 대단한 혁신 기술도, 신제품도 아닌, 달랑 베이징 8학군 지역에 보유한 집 두 채였다.

#2. 올 상반기 세계 최대 PC업체 레노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5% 늘어난 2억4500만 달러에 달한 것이다. 주력사업인 모바일이나 개인용컴퓨터(PC) 판매는 부진했는데도 레노버가 이토록 높은 실적을 기록한 건 다름아닌 부동산 매각 수익 덕분이었다. 영업이익의 49%가 부동산 매각 수익이었던 것이다.

중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푼 돈이 실물경제가 아니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경보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2917개 상장사 중 순익이 1000만 위안도 안 되는 기업이 627곳이다. 전체 상장사의 21.49% 정도다. 기업이 아무리 6개월, 1년을 뼈빠지게 경영을 해도 베이징에 집 한 채 사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이것이 중국의 비이성적인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1년 새 40~50%씩 뛰는 집값

“집을 사는 게 무슨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최근 중국 서민들 입에서 자주 튀어나오는 한탄이다. 중국 전역에 부동산 광풍이 불어 닥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탓이다.

새벽 동 트기 전에 고속철 첫차를 타고 도시로 나가 집을 샀다, 분양사무소에 가서 두 시간 망설인 사이에 새집이 품절됐다, 밤샘 줄서기 끝에 집을 장만했다,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 위해 부부가 위장이혼을 했다, 하루 새 집값이 ㎡당 2000위안이 올랐다, 한달 새 1만 위안이 뛰었다 등등……중국 언론에 소개된 중국인들의 눈물겨운 내집 마련 사연이다.

비단 선전·상하이·베이징 등 1선도시 부동산 시장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주요 70개 도시 신규 주택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한 곳은 64개로 전월(51개)보다 대폭 늘어났다. 1선 도시 집값이 너무 오르자 2,3선 도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부동산 광풍이 중국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 ‘주택시장의 네 마리 작은 용’으로 떠오른 샤먼·난징·허페이·쑤저우 집값은 1년 사이 상승 폭이 40%를 넘나들었다.

▲금융리스크 초래…증시·위안화·실물경제까지 위협

현재 중국 집값은 유동성이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해부터 정부가 잇달아 금리·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시장에 푼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다. 실물경제는 침체돼있고 주식시장도 불안하니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한 돈이 1,2선 도시 주택에 집중된 것. 중국 정부가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은행 담보대출 비율을 최고 80%까지 높이고 부동산 취득세와 영업세도 인하한 것도 주택 구매수요를 키웠다.

하지만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 세력까지 가담한 데다가 너도나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면서 금융 리스크가 불거졌다.

우선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급팽창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중국 전국 가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6조5500억 위안(약 278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9%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2조3600억 위안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1조2500억 위안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앞서 7월엔 위안화 신규대출 중 가계 부문 대출이 90%를 넘게 차지했을 정도다.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무분별한 대출로 부푼 집값 거품이 일시에 터지면 중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

부동산 광풍을 타고 기업들도 마구잡이 부동산 개발 투자에 나서면서 빚더미에 올랐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올해 중국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기업 101곳이 발행한 채권은 889개로 액수만 8000억 위안에 육박한다. 지난 한해 전체 발행 규모인 6751억 위안도 웃돈다. 올 상반기 부동산기업의 은행대출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이미 중국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위험 수준에 달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광풍 등으로 급증한 부채가 세계 경제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실물경제는 좀처럼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쏟아부은 돈이 온통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민간투자가 저조하는 등 중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중국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부진하면서 민간투자는 올 들어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렀던 민간투자 증가율은 올 1~8월 2.1%까지 주저앉았다.

날뛰는 집값이 중국의 창업 혁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경고가 나오는가 하면 중국 증시가 휘청거리고 위안화 환율마저 위협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6일 약 두 달 만에 3000선 아래로 주저앉기도 했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해외에 더 값싼 자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 정책 무색해…

올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올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었던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그 동안 중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이 오히려 오히려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적 리스크가 돼버린 셈이다.

신화통신이나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에서는 매일같이 중국 부동산 시장 안정을 촉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거품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재벌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동산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거품이 출현하고 있다"며 "통제권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 동안 중국 경제는 ‘시멘트 GDP’라 불릴 정도로 부동산 의존도가 높았다. 전체 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5%가 넘는다.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경우 중국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투기억제 팔 걷어붙인 중국

부동산 광풍에 맞닥뜨린 중국 지도부의 고심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실물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통화 고삐를 조일 수도 없고, 섣불리 부동산 시장에 칼날을 겨누었다간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주식시장 폭락을 한번 경험한 지도부가 섣불리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우선은 각 지방정부에서 앞다퉈 지역 상황에 걸맞는 부동산 억제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여름부터 현재까지 부동산 규제령을 내놓은 도시는 모두 16곳. 특히 국경절 연휴 전후로 30일부터 2일까지 사흘 간 베이징, 톈진, 정저우, 청두, 지난, 우시, 허페이 등 9개 도시에서 잇달아 주택대출이나 구매를 규제하는 내용의 서로 다른 부동산 억제책을 쏟아냈다.

특히 수도 베이징은 본보기로 가장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 억제령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할 시 은행대출 비율을 65% 이하로, 2주택 구매자의 경우 50% 이하로 낮추는 등 여덟 가지 내용이 포함됐다. 시장은 향후 더 많은 도시에서 부동산 규제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부동산개발업체와 중개기업을 엄격히 단속하기 시작했다. 

옌웨진 중국 이쥐연구원 연구총감은 "중국 부동산 정책의 터닝포인트가 4분기라면 부동산 시장의 터닝포인트는 내년이 될 것"이라며 "내년 2분기쯤에는 주택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규제령이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자캉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소장은 조금만 부동산 정책 고삐를 풀면 집값이 급등하고, 고삐를 조이면 폭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세 입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집값 폭등은 통화 정책, 은행대출 정책, 토지공급, 도시화 불균형, 투기세력 등 복합적 요소가 초래한 것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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