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가히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시대다. 미술과 음악, 문학과 공연 등 분야간 협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과 정보과학기술(IT), 제조업과 콘텐츠 등 산업별 결합도 어느덧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됐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전통과 현대의 조합도 낯설거나 생뚱맞은 작업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이다.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서도식)과 포스코1%나눔재단(이사장 권오준)은 전통 문화와 현대 예술의 진정한 협업을 위해 머리를 맞대왔고, 그 결과물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2층 아트페어 스페이스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오는 12일까지 '세대를 잇는 작업-이음展 장도장(粧刀匠)'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전시에는 국가무형문화재 60호 장도장 박종군 장인을 비롯해 조영진·박남중 이수자, 윤석철 공예가, 그리고 김태완·민준석·심현석·오진욱·정을화·조재형·주소원·현지연 현대 금속공예가 등 12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4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종군 장인은 "30년동안 장도를 만들면서 이번처럼 신나게 작업한 적은 없었다"며 "1400년전 문헌에서 본,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었던 꿈의 장도 작업을 이번 프로젝트 덕분에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로 호신용이나 장식용으로 사용됐던 칼인 장도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인들이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만년필, 카드지갑, 팬던트 등의 생활용품으로 재탄생했다.
포스코 1%나눔재단은 단절 위기에 놓인 한국 전통 금속공예를 계승·보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중요무형문화재 지원 사업을 해왔다. 두석장(豆錫匠)을 주제로 했던 첫 해 전시가 전통 금속공예 장인과 현대 작가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면, 올해는 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금속공예 전문가인 서도식 이사장은 아트디렉터로 직접 참여해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조합에 힘을 보탰다.
서 이사장은 "이음전 장도장은 현대사회에서 전통과 문화재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권오준 회장도 "포스코의 사업 특성과도 잘 맞는 금속공예 문화재를 지원하려 한다"며 "우리 조상의 예지와 숨결이 깃든 문화 유산이 현대에도 생명력을 갖고 잘 전승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아트페어 형식으로 진행되며, 전시 판매 수익금 전액은 장도 후진 양성을 위해 기부된다. 문의 02-3011-2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