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올림픽과 해외건설

2016-10-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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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올림픽이 끝났다. 비록 우리나라는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9개의 금메달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1948년 이후 1976년에 첫 금메달을 따기까지 30여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성과는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가대표로서 4년 동안 고된 훈련을 견디고 출전한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에게 금메달이라는 보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세계 1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지만 순위가 높다고 무조건 금메달이 예약되어 있지 않은것이 올림픽이다.

해외건설도 다르지 않다. 한때 연평균 65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가 2015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올해에는 지난 2007년 실적인 398억 달러보다도 훨씬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 동안 이어져 온 국제유가의 하락과 글로벌 경기 부진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기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ENR 매출 규모로 1위를 차지했던 중동시장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요 국가들의 발주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건설기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다시 말해 중동과 플랜트라는 제한된 시장에서 세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우리나라 해외건설 경쟁력이 이제는 더 이상 대규모 수주를 보장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1965년 해외건설시장에 첫 진출한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쌓아 올린 우리나라의 경쟁력이지만 이제는 금메달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다. 발주자들은 예전보다 기업들에게 더 많은 역량을 요구하고 있고 시장에는 보다 나은 상품을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들이 넘쳐 난다. 다시 말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높은 순위의 국가대표들이 과거보다 많아 진 것이다. 때문에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땀보다 더 많은 땀이 과거의 노력보다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 번째로 협력 전략의 추진이 필요하다. 이제 해외건설시장에는 돈을 풀어 기업에게 주는 부유한 발주자가 많지 않다. 효율성을 추구하고 자국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발주자들의 요구조건들은 점점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때문에 단독 수주보다는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각 기업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정부와 공공 기관의 역할 확대다. 해외건설시장에서의 수주 경쟁력은 기업과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대 국가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건설외교는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공공재 건설 및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전략적인 공종과 시장의 다변화다. 지난 10년 동안 습관처럼 외치던 시장 다변화와 공종 다각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 수주는 중동과 플랜트 중심이다. 그러나 기형적인 수주 구조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텃밭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경쟁력을 보유한 시장과 상품에 대한 전략적 진출과 새로운 시장 및 개척을 동반 추진해야 한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현재의 국가대표들을 뒷받침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을 발굴해야 한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과 동메달을 딸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한 상비군 기업들이 지금보다 많아야 한다.

위기란 본래 고난의 시기를 예고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직면하기 전까지는 기회와 구분하기도 어렵다. 현재의 해외건설 수주 부진이 위기라면 이를 직시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나라 해외건설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지난 50년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나보다 땀을 더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라’는 국가대표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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