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사회 원로와 정치전문가들은 여야가 가까스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한국 정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퇴행적 정치와의 단절을 주문했다.
3일 본지가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김상현(이상 6선)·박찬종(5선)·한화갑(4선) 전 국회의원 등 사회원로 그룹과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등 전문가그룹으로 나눠 자문한 결과, 이들은 “제20대 국회 역시 극한투쟁의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들은 20대 국회 키워드인 ‘협치·자율·공유’가 무력화된 원인으로 ‘각 정당이 계파·정파의 도구로 전락’한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국회가 정당대표자가 아닌 국민대표자 회의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의 자율권을 명시한 헌법 제46조를 지켜야만 중앙당 체제의 산물인 당론과 공천권의 사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원로들 “안보도 경제도 엄중한 시국”
한화갑 전 의원은 “정치는 여당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야당은 글자 그대로 반대하는 정당이다. 여당은 야당이 반대하지 않는 정책을 내놓는 게 가장 좋은 협치고, 그게 안 될 경우 설득하고 소통해서 야당과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 그게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여당은 주고받는 것이 거의 없고, 정부여당 스스로 혼연일체도 되는 것도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결국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제다. 대통령이 여야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현 전 의원도 정세균 국회의장을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고 국정감사 정상화 역할을 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의장의 제1 임무는 ‘국회 정상화’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박찬종 전 의원은 헌법 제46조를 거론, “각 정당의 중앙당이 당론과 공천권을 앞세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율권을 해친 결과, 모든 주요 현안에 정당끼리 패싸움 형태를 띠고 있다”며 “국회는 정당대표자회의가 아닌 국민대표자회의”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계파주의, 집단 사고의 양극화로 귀결”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국감 파행과 관련해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라며 “정파적 이슈와 초정파적 이슈의 분리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0대 국회뿐 아니라 매회기 때마다 똑같은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각 정당이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에 매몰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아직도 국민을 떠받드는 ‘주권재민’ 정치가 정착이 안 됐다”며 “대통령은 문호를 활짝 열고 국민과 소통하고 여야 정치권은 민의 중심주의 정치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진원 교수도 국감 파행의 원인으로 ‘계파 정치의 폐해’를 꼽으며 “계파들끼리 뭉치게 되면 집단 사고의 양극화로 강경파가 득세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그러면 다른 한쪽도 마찬가지다. 결국 대화와 타협이 실종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교 교수는 정파적 이슈와 초정파적 이슈의 분리를 주문했다. 예컨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 안보 이슈는 정파적 초월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계파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등 제도개편보다는 정치문화 및 유권자 각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 원장은 “제도적 정치는 필요하지만, 오랜 고질적인 문화는 제도개편만으로 바뀌지 않는다”라며 “국회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함께 유권자들이 선진 의식을 가지고 민심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