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어린이 인구를 추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가파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의료계의 경우 고령화 영향을 상당히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당장 어르신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노년기 다발 질환과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당연히 노인의료비도 대폭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70%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복합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는다.
때문에 한번 내원시 진찰과 함께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하는 식의 복합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이처럼 동네의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노인들의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2001년 ‘노인본인부담금 정액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그 노인정액제도가 실효성을 상실해 노인들의 진료비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 의료비 정액제 기준은 1만5000원으로, 기준액 이내에서는 1500원만 부담하면 되된다.
단, 1만5000원에서 10원만 더 나와도 그 이상의 진료비에 대해서는 30%의 의료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진료비가 1만4900원이 나오면 1500원만 내면 되고, 1만5000원이 나오면 4530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진찰료에 주사, 물리치료까지 합하면 1만5000원을 넘기 십상이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01년만 해도 대부분 어르신의 진료비는 정액구간 이내였지만, 매년 진료비는 조금씩 상승하고 노인들은 복합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1만5000원이라는 기준은 현실에 터무니없이 맞지 않게 됐다.
16년 동안 그대로 묶여있는 기준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70% 이상이 복합질환으로 정액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료비가 오르면서 노인정액제 적용을 받는 노인환자의 비중은 2012년 77.3%에서 2015년 66.3%까지 무려 10%포인트나 감소했다. 반면 진료비의 30%를 내는 정률제 적용 환자가 증가했다. 그만큼 노인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어르신들이 쏟아내는 불만은 고스란히 의료기관과 의사의 몫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진료비의 상승률과 상관없이 무책임하게 현행 정액제를 방치하는 동안,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신뢰관계가 깨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절대 다수가 극빈층이다. 상대빈곤율이 49.3%(201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노인 자살률 역시 1위고 고독사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루 속히 노인정액제 기준선을 현실에 맞게 올려 더 많은 노인에게 의료 접근성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 고령화의 그늘이 더 이상 짙게 드리우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노인정액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공감대를 갖기 시작했다.
정부도 더 이상 건강보험 재정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 8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0조1766억원으로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섰는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커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