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독일 대기업 승계에서 지분관리회사의 역할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BMW, 헨켈 등 독일 대기업의 기업승계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지분관리회사가 승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지분관리회사는 기업승계, 전략적 지분투자 등 기업 지분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는 전략적 투자지주회사를 의미한다.
한경연은 이런 독일식 지분관리회사가 상속증여세와 법인세 등 조세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BMW의 경우 1982년 2세대 회장이 사망하면서 미망인 요한나와 두 자녀에게 지분이 넘어갔고, 이 세 명은 각각 자신들의 지분을 관리할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했다.
두 자녀는 이후 요한나가 설립한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2003년부터 6년에 걸쳐 넘겨받는 식으로 BMW 지분을 상속했다. 지분관리회사가 증여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상속 지분을 팔지 않아도 됐다.
독일에서는 법인 간 배당의 경우 법인세가 95% 면제돼 두 자녀는 지분관리회사가 BMW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거의 손실 없이 축적해 증여세를 마련했다.
또 지분관리회사는 비상장법인이어서 상장법인인 BMW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도 지분보유 변동사항을 공시할 필요가 없었다.
요한나가 자신의 지분을 두 자녀에게 증여한 사실도 2015년 사망 뒤에야 알려졌다.
그 사이 두 자녀는 주가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개입에 대해 우려하지 않고 원하는 시기 단계적으로 지분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40%(상장법인 20%) 이상 보유해야 하고 계열회사가 아닌 회사는 5% 넘게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규제가 많아 독일식 지분관리회사를 도입할 수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담당한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증여세를 내지 않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비판이 나오지 않는다"며 "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 등 기업 승계를 공익적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