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대중소기업 불공정관행, 고질적 병폐"

2016-09-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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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지나치게 이윤추구"…정부 노력에도 현장선 불공정 행위 잔존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정 산업을 지원·육성하는 부처가 아닌, 시장의 심판자 역할을 하고 있어 조사·시정을 받는 기업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법 집행으로 혜택을 보는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와 중소기업들은 그들이 받는 이익의 대부분 간접적인 것인 관계로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5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주창을 위해 행정부 내에서 다른 부처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하는 경우도 있어 요즘 여느 때보다 공정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ㆍ합병(M&A)은 오랜 심사끝에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건은 최종결과 브리핑 한번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심사기간동안 실무자들의 부담이 상당이 컷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지난 25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공정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사진=김세구기자 k39@]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를 따지고 보면 미래부와 방통위의 2015년 기준 연간 보고서가 12월 말에는 나왔는데 금년에만 3월 말에 나오는 바람에 실무자들이 어느정도 해 놨는데 업데이트를 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좀 더 소요된 측면이 있다. 최종 결론 이후에 일부 언론에서는 이렇게 심플하게 결론 내릴 것을 오래 걸렸느냐 하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이번건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기에, 직원들에게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충분한 경제분석·법리 검토를 거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소신껏 처리할 것을 강하게 당부했다. 

다만, 공정위는 위원회와 사무처로 구분되어 있고 위원회는 심의 전까지 구체적인 사건처리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사무처의 심사관이 사건을 조사해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하면, 위원회가 심사관과 피심인의 대심구조 하 중립성을 견지하면서 관련 증거와 법리 검토를 토대로 사건을 심리·의결하게되는 구조다.

-공정위가 사업자들과의 소송에서 패소율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공정위의 패소율이 높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일부 승소 포함하면 88% 가량된다. 다른 행정부처 포함하면 낮은 수치가 아니다. 

최근 법원의 엄격한 증거 요구 등으로 정유사등 일부 대형과징금 사건이 패소함에 따라 공정위의 패소율이 높은 것으로 잘못 각인된 면이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대형과징금 사건 패소는 과징금 환급에 따른 국고 낭비 및 대국민 신뢰도 저하를 초래하므로 적극 대처 중이다. 

업무프로세스별 패소방지종합대책을 마련·시행중에 있으며, 법원의 판단기준에 맞춰 위원회도 보다 엄격한 잣대 하에 사건을 심리·의결하고 있다.

지금 심사하는 사건들이 대법원에 가는 시점인 2~3년 후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위의 노력에도 대기업의 불공정한 시장관행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는 한류처럼 우리사회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기업의 외형은 커졌는데 기업문화나 윤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이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데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일부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협력관계보다는 상하관계로 인식하거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중소 납품업체의 단가인하 등에 많이 의존해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복잡한 계열출자를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함에 따라 소유·지배구조가 왜곡되고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독립 중소기업의 경쟁기회를 박탈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를 고치기 위해선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및 그 임직원이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위는 시장 감시 활동을 지속하면서 공정거래 협약 확산, 경쟁 주창 등 시장자율적인 경쟁문화 확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람직한 거래관행이 대기업의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공정위에서 실무와 조사를 담당하는 사무처와 심의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직의 효율성 측면에서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 유럽연합(EU) 집행위, 일본 공정취인위원회 등 주요 경쟁당국도 한 조직 내에 사무처(조사기능)와 위원회(심판기능) 모두 보유하고 있다. 

사무처는 소관 법률 위반 혐의가 있는 행위를 적발해서 경제분석·사실관계 파악 등을 통해 위법성을 입증하는 역할을 하며, 위원회는 대심구조하에서 관련 증거와 법리 검토를 토대로 소관 법률 위반 사건을 심리·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법부는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사건은 형사 사건과 특성이 다르다. 시장상황등 고려할 것이 너무나 많다. 가급적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함께 있는것이 좋다. 

이런 구조를 통해 경제법을 다루는 행정기관과 전문법원의 성격을 동시에 갖게 되어(준사법기관) 조직이 분리되어 있을 때 보다 신속하면서도 전문성을 담보하는 사건처리가 가능하다. 

또한, 사무처는 조사단계에서 조사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위원회는 9인 합의제 구조라 심의단계에서 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무처와 위원회를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조직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론 등에서 공정위 심결에 대해서 충분한 정도로 신뢰하지 않는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피조사업체의 권익 보호, 내부통제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건처리절차 개혁방안(사건처리 3.0 방안)을 마련해 올해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7월부터는 무혐의 등 법위반이 아닌 것으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도 의결서를 작성·공개하고 있다. 또한, 업무프로세스별 패소방지 종합대책도 마련해 추진중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전속고발제가 폐지됐을때 장단점을 따져보면 된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느냐 악화되느냐. 전속고발제가 없어지면 기업과 기업간 모든 거래관계가 사실상 형사법의 범주에서 다루어진다. 고소·고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도·폭행 등 일반 형사사건은 외형상 위법성이 추정되지만 공정거래사건은 충분한 경제분석을 거친 후에야 위법성 판단이 가능하기에 형벌 부과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대부분은 공정거래법에 형벌규정 자체가 없거나 카르텔에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인수합병(M&A)과 불공정행위까지 광범위한 형벌규정을 두고 있다. 

전속고발제의 폐지는 기업활동이 위축을 가져오고 중소·중견기업에 피해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전속고발제가 있는 공정거래관련 법(공정거래법,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등 5개)위반으로 신고되거나 조정접수 된 건만 4000여 건 된다.

전속고발제 폐지시 고소·고발 증가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특히 법률자문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풍부한 변호인력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대응능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 형사적 부담이 집중될 우려가있다. 실제로도 피신고인 중 중소·중견기업이 많다(3년간 약 84% 차지).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2013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현행 의무고발제를 통해 법위반 억지력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국제경쟁포럼 때 만난 캐나다 경쟁총국장은 한국 공정위가 세계적 수준이라던데 국내외의 평가에 온도차이가 좀 있다.  
공정위는 경쟁 촉진,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질서 확립, 소비자 권익 증진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한편, 사건처리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높여왔다. 

그 결과 영국의 저명한 경쟁법 전문 잡지인 GCR은 미국, 독일, 프랑스와 함께 한국 공정위를 최고 등급인 엘리트(Elite, 별 5개)등급 획득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당국으로 평가했다. 

이런 국외의 평가에도 공정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 국내에서는 공정위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지속 추진해나갈 것이며, 현장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정책·법집행을 지속 점검·보완함으로써 국민 체감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 계획 중인 소비자 관련 정책이 있다면.
공정위는 올 하반기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선 다수 소비자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하는 거짓·과장 광고를 신속·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전자상거래법에 도입된 임시중지명령제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절차를 마련해 사기 사이트에서의 소비자피해(짝퉁 판매, 결제후 제품 미배송)에 신속히 대처하고 있다.

또한 올 하반기를 목표로 상품·안전 정보제공부터 피해구제까지 소비 편의가 획기적으로 제고되는 소비자종합지원시스템 구축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서비스가 개시되면 모바일·온라인 등을 통해 여러기관에서 생산 하는 상품·안전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받고 피해발생시 상담접수부터 피해구제 결과 확인까지 원스톱으로 해결될 것이다. 

지난 4월 범정부 합동 추진단(공정위, 행자부, 식약처, 소비자원)이 발족돼 현재 시스템 연계를 위한 부처간 협의를 진행 중이며, 올해 11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12월말 정식 운영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 대·중소기업 불공정관행 개선 계획이 있다면 들려달라.
그간 공정위는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대금미지급, 기술유용, 판촉비 전가 등 불공정관행이 잔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불공정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하도급분야는 대금미지급 문제 해소를 위해 대금미지급 빈발업종 현장점검을 지속 실시하고, 서면실태조사 결과 법위반사항이 확인된 업체를 대상으로 신속한 자진시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기술자료 요구과정에서 절차 위반(서면미교부) 혐의가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실제 기술유용 유무도 점검할 예정이다.

유통분야는 납품업체→유통벤더→대형유통업체로의 거래과정에서 납품업체의 피해를 유발하는 유통벤더(중간도매상)의 불공정행위(대금미지급, 부당 반품 등)를 집중 점검한다. 

최근 마련된 백화점·대형마트 업계의 자율개선 방안이 납품업체와 동반성장을 강화하는 업계의 새로운 관행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하고 이행을 독려할 계획이다.

치킨·커피 등 주요 가맹본부 대상으로 올 7월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법위반이 확인된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업종별·가맹본부별 가맹점 수 및 가맹점 매출액 등의 비교정보, 상권정보, 우수 가맹본부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가맹희망플러’구축 사업을 차질없이 완료해 연내에 대국민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 경쟁력을 강화한 공정거래 협약이행 모범사례를 적극 홍보해 시장에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문화 확산을 지원할 것이다.

[프로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공무원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업무 중 기업 담합과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해서는 뛰어난 식견을 갖고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1956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셀포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과정도 마쳤다. 공정위 경쟁촉진과장, 경쟁국장, 기업협력단장, 카르텔조사단장 등을 거쳐 공정위 상임위원과 부위원장(차관급)을 역임했다.

카르텔조사단장 시절에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제품의 가격 담합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불공정행위를 대거 적발해내는 성과를 올렸다.

▲경북 문경(58) ▲경북고 ▲고려대 경영학과 ▲공동행위과장 ▲소비자기획과장 ▲세종연구소 파견 ▲경쟁촉진과장 ▲경쟁국장 ▲기획관리관 ▲기업협력단장 ▲카르텔조사단장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 ▲공정위 상임위원 ▲공정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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