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21일 오전 7시30분 삼성 서초사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갤럭시 노트7’을 손에 쥔 채 로비로 들어섰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는 삼성 사장단이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1시간 가량 명사의 강연을 듣는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가 열린다.
최근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에 따른 내부 동요를 수습하고 향후 먹거리 사업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사장단과 폭넓게 공유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 사장단은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돌파구 마련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찾았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야나기마치 이사오 일본 게이오대 경영학교수는 사장단을 상대로 '일본 기업의 장기불황 극복'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일본학계에서 손꼽히는 한국통으로 꼽힌다. 때문에 지난 2010년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탄생 100주년 심포지엄'에서 연사로 나선 바 있다.
그는 한·일기업의 역사를 언급하며 향후 삼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현표 에스원 사장은 "일본이 과거 잃어버린 20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강의였다"고 전했다.
우리 경제는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는 고령화됐고 성장 동력이던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은 상황이 녹록치 않다.
우리 경제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은 지난 20여년간 버블 붕괴로 성장률 1% 미만을 밑도는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장에선 지금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할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비핵심 사업을 잇달아 매각하며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이번 강의는 전략적으로 어떤 방향을 정하려는 목적보다는 단순 참고 차원에서 이뤄진 성격이 짙다"며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