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고위 관계자는 20일 “위성 운반용 로켓이라는 것은 북한의 주장일 뿐 결국은 장거리 미사일에 사용할 수 있는 고출력의 엔진 성능 시험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군 당국이 북한의 이번 엔진 시험을 ICBM 발사를 위한 사전시험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로켓은 ICBM과 기체, 추진기관, 유도조정장치 등 핵심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북한이 로켓의 발사 각도를 조절하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추면 곧바로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엔진 시험이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날 새 엔진의 추진력이 80tf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백두산 계열 80tf급 액체로켓’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지난 2월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 발사 당시 27tf 추진력의 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어 1단 추진체로 사용한 것에 비해 기술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불과 7개월여 만에 미사일 엔진 추진력을 3배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군 당국은 엔진 시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의 향상된 기술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엔진 추진력이 80tf라면 결국 기술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화염의 길이도 북한의 기술적 발전을 추정할 수 있는 이유다. 이번 사진의 화염은 지난 4월 북한이 신형 ICBM 엔진의 지상분출 실험이라며 공개했던 사진에서의 화염보다 길게 뻗어 있다. 이는 그만큼 추진력이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4월 북한의 ICBM 엔진 분출 시험 사진과 비교하면 화염의 길이가 다소 길어졌다”며 “위성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ICBM 능력을 간접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 중요한 것은 단순히 ICBM 기술로만 보고 평가절하하면 절대로 안 된다”며 “군사위성으로써 대내적으로 과학문명강성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대외적으로는 ICBM의 정확성을 높여주는 또 다른 군사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ICBM 엔진 시험을 실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조만간 ICBM 시험 발사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 5차 핵실험으로 핵탄두 소형화 및 규격화를 완료한 북한이 핵무기 보유의 마지막 남은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소형화된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노동 및 스커드, 무수단(화성-10),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잇따라 성공했다. ICBM까지 성공할 경우 전략 핵무기를 갖추고 있음을 완벽히 과시하는 것은 물론,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도 있다. ICBM은 사거리 1만㎞ 정도로 미 본토 직접 타격이 가능하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시기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내달 10일 전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은 지난 5차 핵실험도 정권수립 기념일(9·9절)에 맞춰 실시하는 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기에 주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