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최은영 전 회장이 흘린 눈물의 무게

2016-09-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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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열흘 전 금융부로 인사 발령이 나자마자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를 맞닥뜨렸다. 예정보다 빨리 일종의 국정감사가 시작된 셈이다.

질의와 추궁, 답변과 해명이 오가는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은 청문회 둘째 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눈물을 흘렸을 때다.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쏟아낸 눈물이다.

그는 북받친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눈물로 무마하려는 모습도 동시에 비쳐졌다. 또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재를 출연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최 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한다고 해서 한진해운의 재무구조가 바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눈물을 흘린 것에 비해 그의 대응은 너무 무성의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진해운은 국내 1위의 해운선사임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관례에 너무 기댄 탓이다. 실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법원의 긴급자금 지원 요청도 거부할 정도로 한진해운에 비호의적이다. 대한항공은 울며 겨자먹기로 600억원을 조건부 지원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한 바 있다.

경영자의 전방위적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다면 최 전 회장이 과연 '사회적 기여'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기울였을까 의문이 든다. 사회적 기여는 최 전 회장이 청문회에서 수 차례 되풀이한 말이다.

매년 치뤄지는 국감과 함께 청문회의 취지와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요즘이다. 뒤늦게 100억원의 사재 출연을 결정한 최 전 회장의 눈물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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