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업 재편이 빨라지고 있다. 인수를 통해 키울 수 있는 사업은 키워 시너지를 내고,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덜어내는 것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뉴 삼성'이 연말께 더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프린팅솔루션사업을 미국 휴렛팩커드(HP)에 2조원 안팎으로 넘기는 것과 관련, 매각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본지 9일자 온라인 기사 '[단독] 이재용 삼성 부회장, 프린터 사업 HP에 매각' 참조>
HP가 삼성전자 프린팅솔루션사업을 인수할 경우 약점으로 꼽혔던 레이저 분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비주력사업을 털어낼 수 있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프린팅솔루션사업을 팔아넘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만 해도 B2B(기업간거래) 프린팅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프린팅사업 특성상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는 탓에 매각 결정을 한 것이다. 수익이 안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더 큰 기회를 만들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결과다.
프린팅솔루션사업 매출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소비자가전(CE)부문에 함께 묶여 공시된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CE부문의 매출은 22조170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3% 증가해 실적 호조세를 보였지만 이 안에서 프린팅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럭셔리가전업체인 데이코 공식 인수에 최종 사인한 상태다.
데이코는 레인지, 오븐, 쿡탑, 후드,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주방 패키지 가격이 2만달러(2200만원) 이상인 북미 럭셔리 가전시장의 대표적인 업체다.
이번 인수로 럭셔리 패키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문유통망을 확보하는 한편 주택·부동산 관련 B2B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성장가능성도 크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북미에서 지난 2분기에 5대 생활가전 시장점유율 16.7%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생활가전 시장은 연 평균 4% 성장해 2020년 300억달러(32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도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Connected) 기기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달 캐나다 디지털광고회사 애드기어도 사들였다. 애드기어의 데이터 관리, 이용자 맞춤형 광고 전송 기술 등을 활용해 '스마트 TV' 광고를 강화하겠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