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개봉 당시 만난 공유는 한창 ‘밀정’ 촬영 중이었다. 촬영에 대한 피로와 압박이 한번에 몰려왔는지 아침에 눈이 떠지질 않아 인터뷰를 두어 시간 미뤘어야 했다. 늦게 나타난 공유는 안대를 낀 상태였다. ‘부산행’으로 만났을 땐 “조만간 ‘밀정’으로 또 보겠다”는 인사치레에 전에 없던 긴장한 기색으로 “내가 잘해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가 그랬나요? 맞아요, 부담과 압박이 상당했죠. ‘밀정’을 향한 제 태도였고, 김지운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을 대하는 제 마음이죠. 제가 이 영화의 중심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중심인 이정출을 갈등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삐끗하면 작품 전체의 텐션이 무너진다는 압박이 컸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김지운 감독과 어떠한 수식어도 초라하게 만드는 배우 송강호와의 협업, 얼마만큼의 마음먹음이 필요했을까? 공유는 “어이없게도 신나서 넙죽 하겠다고 했다.”
송강호의 아우라에도 압도되지 않는다. 도시적 이미지인 그가 구수하게 사투리를 쓰는 모습도 새로운 재미다. “이 정도면 선방 아니냐”고 했더니 “사투리는 의도한 게 아니”며 느닷없이 고백했다. “의도한 연기라고 해야 하는데, 거짓말을 못 하겠다. 시사회 끝나고 지인이 경상도 사투리 같다고 얘기하더라. 부산 출신이지만 그동안 연기하면서 사투리 지적을 들은 적이 없었는데…이번이 처음이다. 첫 시대극이라 고어체에 대한 부담이 컸다. 고어체 탓에 대사에 힘을 주다 보니 이제껏 하지 않았던 악센트가 나왔던 것 같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송강호 선배의 악센트에 장단을 맞추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속된 말로 송강호 선배에게 밀린 거다”라며 필요 이상의 솔직함을 쏟아내더니 “송강호 선배와 대면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는 다리가 풀려 앉아 있었다”는 것도 숨기지 않았다.
공유는 이 영화 홍보가 끝나자마자 tvN 드라마 ‘도깨비’ 촬영에 들어간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 김은숙의 작품이다. “맛깔 나는 김은숙의 대사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한다”는 공유는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은 후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했다.
“흥행 배우 타이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절대 아니에요. 타자가 어떻게 매번 홈런을 칠 수 있겠어요. 그것 때문에 타석에 서기 두렵다면 야구를 그만둬야죠. 나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시간을 뺀 관객, 시청자에게 작은 영감이라도 줘야 한다는 부담이죠. 조금이라도 좋으니 전과 다르고 전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