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제도 폐지 능사 아냐"…기업들 마구잡이 수사대상 우려

2016-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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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야권은 올 하반기 국회의 화두로 대대적인 경제민주화 입법 공세를 준비중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단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로 모아진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이달 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합리화를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채 의원은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공정위만이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현행법(전속고발권)이 있지만 그간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아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에 대해 형사적 제재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위법성이 중대하고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경쟁제한적 기업결합·담합(부당한 공동행위)·부당지원행위·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보복조치·조사방해행위(7대 반시장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이를 수사·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 하반기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공세의 핵심은 단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로 모아진다.[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공동발의에는 국민의당 박지원, 천정배, 김관영, 김동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김해영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전속고발권의 취지를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7대 반시장행위 등에 대해 형벌을 가할 만한 내용이 무엇이냐는 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일부 입찰 담합 부분에 형벌을 고심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의 인수합병등은 공정위가 사전 심사를 하는 사안인데 여기에 또 형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무리한 행위"라고 일축했다.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제도란 공정위가 법위반으로 판단해 이미 과징금등을 부과한 사건 중에서 추가로 관련된 사람의 형사처벌까지도 꼭 필요하다고 결정한 사건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전속고발' 이라는 제도의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일반인이나 기업이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해 달라고 고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속고발제도가 존재하는 의미는 외국과 달리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과징금 외에 관련자를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규제가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함부로 남용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속고발제의 폐지로 국민 누구나 기업의 활동을 불공정행위로 특정해 고발하게 되면 마구잡이식 수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속고발권의 폐지는 득보다 실이 많은 행위"라면서 "7대 위반행위만 거론했는데 이것도 실이 훨씬 많고 현행 법안을 보강하는 쪽이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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