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한·미, 대북 추가 제재리스트…사드로 뿔난 中 설득이 관건

2016-09-1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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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유엔 안보리 결의안 논의

국방부 "대북 확성기 추가·시간 늘릴것"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지난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지만, 러시아는 추가적 대북제재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열쇠는 중국에 달렸다. 

지난 9일 오전 9시(남한시각 9시30분) 북한정권 수립일에 맞춰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우리 정부는 핵심 우방인 미국과 안보리에서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위한 논의에 신속히 착수했다.

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들어갈 요소들을 점검하고 준비해왔다.

특히 이미 지난 4월부터 미국과 준비 차원에서 사전 협의를 해 왔고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우리측이 준비한 안을 미측에 공식적으로 보내고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4월부터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우리 정부 차원의 제재안을) 만들어왔고, (5차 핵실험 후 안을) 워싱턴에 던졌다. 한미간에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가 1차 적으로 미 측에 넘긴 추가 대북제재안에는 지난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예외로 인정했던 '민생목적'의 대중수출을 더욱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2270호에서는 북한의 대중 무역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 철, 철광석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수출을 금지하면서도 '생계 목적'이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수익창출을 하지 않는 경우 등 예외를 인정, 수출 길을 열어놨다.

2270호 채택 과정에서 미국이 강력히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 통제 카드도 다시 거론될 수 있다.

이런 우리 정부에 미측은 "신속히 움직일 것(move quickly)"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우리 정부가 마련한 안을 토대로 추가 제재결의안 초안을 만든 뒤, 중국과 러시아와 본격적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한편, 향후 대응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미국·일본·유럽연합(EU), 프랑스의 외교장관, 이번 달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뉴질랜드의 외교장관과 각각 통화했다.

안보리는 9일(현지시각)언론성명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무총장 성명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준비위는 특별 보고서와 의장 성명을 각각 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규탄 대열에 가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이 안보리 결의의 노골적 위반임을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적일지는 미지수다.

한중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0일 전화 협의를 했다. 우 특별대표는 통화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간 통화가 이뤄짐에 따라 한중 외교장관간, 또 정상간 통화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한중 양국이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은 가운데 대북 추가제재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안보리 언론성명 채택에도 협조했던 중국이 추가 제재에는 동의하면서도 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재에는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한계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금지 등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대북제재에는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북한과의 우호 관계 때문에 '역할'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러시아도 제재 보다는 6자회담 등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재보다 창의적인 방식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러시아의 이런 입장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압박하는 강력한 제재 추가에 반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을 비난하지만, 제재보다 더 창의적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현 상황은 외교관들이 정세 악화에 단순히 새로운 제재들로 대응하기보다 좀 더 창조적이어야 함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북한의) 위험한 모험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추가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고 해당 지역(한반도)을 군사적 충돌 위기로 내모는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추가로 내놓을 독자 대북제재 외 심리전을 활용한 북한 압박에도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발사에 따라 개성공단 가동마저 중단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수단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거론되는 북한에 대한 제재수단은 군(軍) 차원의 대북 심리전 강화다.

국방부는 "고정·기동형 대북 확성기도 추가 설치해 운용하고 방송시간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대북 인권제재 명단을 공개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북한인권법 시행에 따라 대북 인권제재 리스트를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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