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막장드라마 인가?¨

2016-09-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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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명절때만 베푸는 지역사회 기관단체, 진정성과 순수성은 얼마나 담겼나.

 세종취재본부/김기완 기자

아주경제 김기완 기자 = 지난 달 '김밥 할머니'로 잘 알려져 있는 故이복순 여사는 24주기 추도식이 충남대학교에서 열였다. 김밥 판매와 여관을 경영하면서 평생 절약해 모은 현금 1억원과 시가 50여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지난 1990년 충남대에 기탁했던 김밥 할머니.

충남대는 이 기부금을 토대로 1991년 1월 정심화 장학회를 만들었고, 이 여사는 1992년 8월 7일 향년 79세의 일기로 세상과 이별했다.

당시 이 기부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국내 기부문화의 동기가 됐고, 2010년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故 이복순 여사의 기부정신이 실리기도 했다. 이 여사는 그렇게 살아생전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을 위해 쓰여지길 희망했다.

고유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공공기관과 지역사회 각 기관 단체에서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정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위문품 성격의 물품을 전달하거나 위문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세종시 지역 내 기관 단체에서 사랑의 쌀을 전달 했다는 소식과 김장 김치 전달 등이 알려지고 있다. 지역내 한 단체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사랑의 라면'이라는 명목으로 불우한 가정에 라면을 전달 하기도 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이 같은 소식들이 앞다투어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전해지고 있는데, 식상할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명절때만되면 하나같이 우후죽순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것 마냥 공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자신이 속한 기관 단체의 이미지 제고 등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일종의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이들 기관 단체들은 물품을 전달하면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 풍요로운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기관 단체에서 위문품을 전달하는 것은 높이 사는 바 이지만 이 시점에 그들에게 냉정하게 묻고싶다. "우리 소외된 이웃들이 쌀과 김치가 없어서 명절을 못 보내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명절때 라면을 먹으며 지내라는 것인지...?"

유독 명절이나 특정일에만 나눔을 베푸는 것이 진정성 담긴 가치있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사실상 순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달 될 수 있다. 시민들에게 정서적인 동기 부여가 아닌 자신들의 치적홍보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그 행위가 소외된 이웃에게 또다른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요컨대, 짜여진 각본의 막장 드라마가 없어지길 학수고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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