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레드벨벳[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비현실적인 염색머리에 컬러 렌즈를 착용하고 카메라를 향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속삭이는 소녀들이 돌아왔다.
레드벨벳이 7일 0시 신곡 '러시안 룰렛'을 들고 나왔다. 동명의 세 번째 미니앨범에는 타이틀 곡을 포함해 모두 7곡이 수록돼 있다. '럭키 걸', '배드 드라큘라', '서니 애프터눈' 등의 제목에서 느껴지 듯 이번 앨범은 레드벨벳의 밝은 분위기를 강조한 '레드' 앨범이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아이스크림 케이크'에서도, 자신들만의 퍼포먼스 세계를 구축한 '덤 덤'에서도, 또 직전 곡인 '7월 7일'에서도 그랬듯 카메라를 향해 무표정한 얼굴로 가사를 쏟아낸다.

레드벨벳이 7일 신곡 '러시안 룰렛'을 발매했다[사진='러시안 룰렛' MV 캡처]
'넌 항상 Love is game 쉽게 즐기는 가벼움일 뿐이라고. 뭐 이렇게 자꾸 못된 얘기로 자꾸 피해 가려고만 하니 왜'라며 투정을 부리는 레드벨벳의 얼굴은 덤덤하다. 표면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건 레드벨벳이지만 이들은 그 속내에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노래가 '지금은 튕기지만 넌 내게 오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2절로 넘어가면 곡이 가진 설득력은 더 높아진다. '행복'이 뻔하다고 느꼈던 이들을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설득시켰 듯, 소속사 선배 S.E.S를 따르며('비 내추럴') 시작했던 '벨벳' 콘셉트를 '7월 7일'을 통해 자신들의 것으로 확실히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레드벨벳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대중에게 설득시킨다.
사실 지난 3월 발매된 '7월 7일'에 대한 시선은 엇갈렸다. 노래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떠나 한창 치고 나가야 할 신인 걸그룹에게 정통 발라드는 악수였다는 것이다. '덤 덤'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겨놓고 '7월 7일'로 스스로 이를 지웠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레드벨벳의 '러시안 룰렛'은 '덤 덤'의 임팩트와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대중성을 고루 가지고 있다. 한 번 들어도 튕기지 않는 멜로디와 쉬지 않고 몰아치는 댄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신비로운 비주얼까지. 여기에 마치 팬서비스인 듯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서 테니스 스커트, 발목 양말, 수영복 등 판타지를 자극하는 의상을 소화한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머리 위로 냉장고가 떨어지고, 테니스공이 날아오고, 밀고 있는 침대에 차가 달려오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처해 있다. 어쩌면 동화 속에서 나온 것 같은 이 소녀들에게 우리가 빠지게 되는 것도 이처럼 얼마 남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