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중동의 9월 정기 성지순례(hajj·하지)를 앞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란의 성지순례를 거부하겠다고 밝혀 중동의 긴장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 수백만 명이 모이는 대 순례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사우디 정부는 이란의 순례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은 성지순례를 두고 거듭된 논의에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발상지로서의 종교적 권위를 바탕으로 하지 관리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이란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 수, 비자 발급 장소, 순례객 안전 대책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해 하지 참사 이후 순례객의 안전 보장 대책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하지 당시 메카 대성전에 있던 대형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최소 111명이 숨지고, 메카 인근에서 치러진 종교 의식 도중에는 순례자들이 몰리면서 2000명 이상이 압사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
당시 이란은 자국민 464명을 포함해 모두 4700여 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었다. 이란에서는 매년 통상 평균 6만 4000여 명이 정기 성지순례에 참가한다.
수니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는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올 초부터 국교 단절 등으로 정치적 대립 양상을 보였다. 사우디가 시아파의 저명한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하고,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하면서 관계가 틀어진 탓이다 .
서방 국가의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산유량을 두고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리아와 예맨 내전을 통해 각각 적대 세력을 지원한다는 면에서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란 내에서는 "종파 갈등을 떠나 이슬람 교도의 중요한 의무를 거부하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사우디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 대립을 떠나 성지순례길마저 막히면서 중동 지역의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