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진號, 오너가 책임 크다

201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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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나는 그룹의 힘으로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소년시절부터 ‘해운왕’을 꿈꿨던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그룹의 모태기업으로 키웠던 한진해운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1978년 2차 오일쇼크 이후에는 불황의 늪도 모르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는 ‘수송외길’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30여년 흐른 지금, 아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호(號)는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경영철학이 무색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있다.

특히 국내 해운선사 1위 기업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물류대란 사태는 근본적으로 한진그룹 오너가(家)의 책임이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도 “한진그룹의 책임”이라며 이번 물류대란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이 호황이던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경영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최은영 전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을 맡아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미래의 불황기에 대비하지 못했다. 당장의 호황을 등에 업고 고가에 선박을 대량 구매하는 등 사업을 확장적으로 이끈 것은 결국 어려움의 시작이 됐다.

실제 한진해운은 2013년 기준 부채비율이 1400%, 영업적자가 3000억원에 달하는 등 악화 일로를 걷게 됐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글로벌 시황 악화에 속수무책이었다. 심지어 그는 한진해운 자율협약 추진이 한창일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했다는 의혹으로 ‘먹튀’ 논란까지 일었다.

제수인 최 전 회장의 간청으로 한진해운을 떠맡은 조양호 회장은 “흑자전환할 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며 각오을 다졌지만 글로벌 해운업의 운임 치킨게임 속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조 회장은 ‘육·해·공’ 종합물류그룹을 지향해온 한진그룹의 위상이 흔들리자 사재 400억원을 포함해 그룹차원에서 1000억원을 자체조달해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이 역시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상황까지 몰린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한진해운에 지원한 것은 그룹 입장에선 할 만큼 다한 것”이라며 “한진해운이 이미 법원의 관리 하에 들어갔지만 그룹 차원에서 수출입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물류처리 및 수송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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