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 탈퇴의 핵심 쟁점이었던 이민 정책에 대해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민 규제 입장을 한층 누그러뜨렸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EU 시민들에 대한 이주 규정에 대해 온건한 개혁을 고려 중이라며 급격한 변화로 인해 유럽 단일시장에서 영국이 소외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인 일본은 외무성 공지를 통해 EU 탈퇴 과정에서 영국이 유럽 단일시장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권리를 대체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일본의 은행 및 여타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현지시간 4일 브렉시트가 신중하게 처리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영국 간 강력한 경제관계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메이 총리는 4일 회동에서 양국 우호 관계를 재차 확인하면서도 경제와 관련해서는 미묘한 온도차이를 보였다. 메이 총리는 영국의 EU탈퇴 뒤 "미국과 영국 사이의 강력한 무역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싶다"고 강조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우선 브렉시트가 EU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파악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압력에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주 문제와 관련해 타협 가능성을 제시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다짐과 시장 개방 의지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한편 메이 총리는 호주식 점수식 이민제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점수식 이민제란 나라에서 필요한 기술에 따라 이주 희망자들에게 점수를 부여해 이주를 허용하는 제도인데, 메이 총리는 이 같은 정책은 운영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 문제의 핵심은 점수제의 실시 여부가 아니다. 영국인들이 과거처럼 EU에서 영국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영국 국민들이 EU 이주에 대한 실질적 통제를 원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는 대규모 이민자 유입에 대한 비상 제동을 포함하여 다양한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단일시장 지위 유지를 위해 이민 규제를 상당 부분 타협할 경우 브렉시트를 지지한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메리 총리는 국경 통제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단일시장 권리 유지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