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우리나라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본격 추진한다. 또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에 부응해 총 3억9500만달러(약 4412억원) 규모의 극동개발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극동연방대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교역투자, 농업 수산, 보건의료를 중심으로 모두 24건(경제분야 21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먼저 한-EAEU 양측은 이르면 10월께 정부 차원의 FTA 협의에 들어가 공동연구 절차를 종료하고,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 협상시기와 범위 등 후속조치를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EAEU는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키즈스탄 등 5개국으로 구성돼있으며, 총인구 1억8천만 명, 국내총생산 1조6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동맹체다.
청와대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참여가 추진되는 극동 프로젝트는 ▲ 블라디보스토크 수산냉동창고(5천만 달러) ▲ 캄차트카 주립병원 건설(1억7천만 달러) ▲ 하바로프스크 폐기물 처리시설(1억7천500만 달러) 등이다.
양국은 또한, 산업협력 및 우주활동 협력 MOU 등을 체결해 러시아 원천기술과 우리나라 응용기술의 결합 및 산업경쟁력 제고, 지능정보와 위성시스템 개발, 우주탐사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한러 산업협력위원회를 국장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해 협력분야를 보다 구체화하고 향후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아울러 종자 개발 및 품종 등록 등과 관련한 MOU를 통해 우리 기업의 연해주 지역 농업진출 기반을 구축하고, 북극해역 공동연구 협력약정을 체결해 북극 항로 시험운항을 확대하고 정보공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ICT 기반 의료기술 협력, 극동지역 보건의료 협력 MOU 등을 체결해 우리 병원의 극동지역 진출과 러시아 환자의 한국 의료방문 확대 등도 추진키로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1:1 비즈니스 상담회에서는 교통카드 시스템과 신약 수출 등 모두 2380억 원의 실질 성과를 냈다.
한편, 두 정상은 회담 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두 나라는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동방경제포럼(EEF) 전체세션에서도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정을 존중·이행해야 하고 도발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정상적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러시아의 입장은 극동지역 개발과 남북러 3각 협력을 활성화기 위해서는 북한·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 필요성도 없다는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언급한 것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러 정상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비슷한 목소리를 낸 것은 북핵 외교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양 정상 모두 직접적인 언급 없이 우회적으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쳐 큰 진전은 없었다. 국내에서 사드 배치 절차가 진행되면 러시아의 사드 배치 공세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핵문제는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정치 완화의 틀 내에 해결돼야 한다"면서 "군사대립의 수준이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사드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