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교통사고 낸 뒤 명함만 두고 현장 떠나면 뺑소니"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량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명함을 줬더라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면 뺑소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53)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2월 밤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일방통행 도로를 건너던 B(56)씨를 차로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A씨가 B씨를 사고현장에 남겨둔 채 떠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피해자와 말을 주고 받은 뒤 상태를 살폈고, 명함을 주며 연락처를 남긴 점 등을 고려해 무죄로 봤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사고 다음날과 그 다음날 두 번에 걸쳐 A씨가 절 찾아왔다"고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다만 1심은 "A씨가 기소되기 전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공소사실에 포함된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인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검찰이 재판에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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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심 법원은 “B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건 도주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지난해 4월 음주 무면허운전을 한 혐의와 묶어서 실형 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한 관계자는 "경미한 사고라서 상대방이 다친 것을 몰랐다면 명함만 주고 가도 문제 삼기 어렵지만, 상대방이 다친 것을 알았다면 병원에 데려가는 등 구호조치까지 해야 한다는 게 판결의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