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연합(EU)이 애플에 유럽 역사상 최대 추징금인 130억 유로(약 16조 2000억원)를 추가 납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유례없는 이번 세금 폭탄이 다른 미국 기업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나 지금 떨고 있니" 눈치 보는 미국 기업들
당장 발등이 떨어진 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다. EU는 지난 2014년부터 유럽 국가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와 부당 이익 수급 등을 집중 조사해왔다. 지난해에는 스타벅스에 대해 "네덜란드 정부에 최대 3000만 유로(약 374억 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업체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배송업체 아마존도 각각 룩셈부르크에서 세금 갈등을 벌이고 있다. 최종 판결을 기다리는 스타벅스와 아마존, 맥도날드 등도 명확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유럽 내 투자 축소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 이후 유럽 내 투자 열풍이 온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이번 결정이 전례로 남아 다른 미국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싱가포르가 새로운 조세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7%다. 파격적인 세율로 유명한 아일랜드(12.5%)보다는 다소 높지만 미국 내 세율의 절반에 불과하다.
◆ 미국 조세개혁 앞당길까...대선 쟁점 부각
미국 정부와 의회 등 미국 내부에서도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조치'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으로 국제사회에서 공정한 조세 시스템을 만들려는 미국과 유럽의 공조가 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세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기업들은 이익의 35%에 이르는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외국에 진출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얻고 있는 잠재적 조세 수입은 2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내 세제개혁은 이미 11월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15%로 낮춰 미국 기업의 해외 이탈을 막겠다고 밝혔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법인세 회피를 위해 외국으로 본사를 옮기는 기업에 대해 국외전출세(exit tax)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