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배치결정에 이어 현지 규제강화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규모를 갖춘 대기업들은 적절히 대응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실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중국시장 철수를 고려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문화콘텐츠업계다. 한류연예인의 중국 TV프로그램내 방송분량이 대폭 편집되고, 한류행사가 취소되는데 더해 소위 '금한령(禁韓令)'이라 불리는 한국연예인 블랙리스트가 인터넷에 나돌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또다른 엔터테인먼트업체 B사는 7월 입금예정이었던 공연대금을 아직도 못받고 있다. B사측은 "그동안 결재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거래처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결재를 늦추고 있다"며 "사드배치결정 이후 한국업체 괴롭히기 차원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무척 괴로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에 진출한 중소 화장품업체들은 사드문제에 더해 규제강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중국 당국은 해외직구 화장품에 대해서 내년 5월부터 위생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화장품 위생허가는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비용부담이 크고, 취득까지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해외직구 채널을 이용해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은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베이징의 화장품업체 C사의 대표이사는 "규제가 강화된데 더해 중국내 매체들이 한국 화장품의 품질과 관련된 악성보도를 내놓고 있어서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사드배치결정 이후 중국내 바이어들이 은근히 납품단가를 낮추라는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중소 화장품업체들은 중국시장 철수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관광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인 개인여행객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업체들의 인센티브관광이 사라진 것이 뼈아프다. 중국의 많은 업체들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직원들을 대규모로 한국여행을 보내줬지만, 이제는 인센티브관광을 기획하는 기업이 없어지다시피했다.
중국내 중소관광사 D사측은 "중국의 공무원들은 한국관광을 기피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한국여행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면서도 "아무래도 국경절 연휴기간 중국여행객들의 한국방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의 김성훈 국연컨설팅 대표이사는 "사드배치결정 이후 현지 기업환경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시장은 우리나라로서는 놓칠수 없는 거대시장인 만큼, 법규를 잘 파악하고 현지화전략을 정교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