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cm만 컸더라면…’ 이승현에 기대야 하는 韓농구 현실

2016-08-3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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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농구대표팀 대들보로 성장한 이승현.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신은 그에게 왜 5cm를 허락하지 않았을까.’

한국 농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이승현(24·고양 오리온)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이승현의 키는 197cm. 스몰포워드-파워포워드-센터를 모두 책임지는 그의 키가 ‘200m를 넘었다면’이라는 가정은 요즘 들어 더 간절해졌다.

이승현은 지난 29일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 평가전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골밑을 지배했다. 튀니지에는 200m 이상 선수만 8명이 버텼으나 이승현이 골밑을 장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승부처였던 4쿼터 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등 무려 14개의 리바운드를 낚아챘다. 공격 리바운드는 6개나 거둬냈고, 득점도 14점을 보탰다. 한국은 예상을 깨고 한 수 위로 평가된 튀니지를 제압했다.

이미 이승현의 리바운드 능력은 고려대 재학 시절과 프로 무대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골밑에서 밀리지 않는 힘과 탁월한 자리 선정, 상황에 따른 영리한 대처는 정평이 나 있다. 성실함에서 나오는 근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날도 이승현은 자신보다 큰 상대를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외곽에서 골밑으로 튄 공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승현이 태극마크를 달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문제는 역시 애매한 키였다.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세 번의 낙방 끝에 지난해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그런 ‘4수생’이 골밑을 홀로 사수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서 이란의 218cm 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힘으로 이겨냈고, 지난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전주 KCC의 221cm 하승진을 누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대표팀은 9월9일부터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FIBA 아시아 챌린지 대회에 출전한다. 2017 FIBA 아시아컵 예선을 겸한 대회로 5위까지 진출 티켓을 얻는다. 이 때문에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허재호에서 이승현의 존재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이승현에게 골밑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 농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승진은 애초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이종현(고려대·206cm)과 오세근(KGC·200cm)도 부상으로 빠졌다. 이승현보다 키가 큰 김종규(LG·206cm)와 최부경(상무·200cm), 장재석(오리온·204cm), 정효근(전자랜드·201cm)이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골밑 경쟁력이 아직은 높지 않다.

이번 대표팀은 사실상 정통 센터 없이 국제무대에 나서는 셈이다. 국제대회에서는 골밑 지배력이 성적을 좌우한다. 허재호는 31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튀니지와 2차 평가전을 갖는다. 이승현 외에 골밑을 버텨낼 해결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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