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어비앤비로 떠난 강원도 화천, "로컬의 삶을 들여다보다"

2016-08-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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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호수, 계곡이 어우러진 유곡산방 사랑채 (사진=한준호 기자)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강원도 화천) = 용화산 자락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유곡산방(幽谷山房)'은 잔잔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들려 오는 화천 최고의 명당에 위치하고 있다. 숙박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Airbnb) 앱을 구동해 화천을 검색하면 유일하게 나오는 민박집이기도 하다.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실제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유곡산방에 숙박하기 위해 강원도 화천군을 찾았다.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기자를 반갑게 맞이해 준 것은 유곡산방의 주인 명재승(63)씨다.     
지난 2007년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도 화천군으로 귀농한 명씨는 서예활동도 즐기고, 노년을 안락하게 보내기 위해 이곳에 한옥을 지었다. 서울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접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랑채 개념의 유곡산방도 만들었다.

명씨는 유곡산방을 짓고난 뒤 천연염색과 도자기를 즐기는 아내와 함께 쓸 공간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공간을 만들면서 외지에서 찾아 온 손님이 잠을 잘 수 있게 게스트를 위한 방을 2개 더 만들었는데, 이것이 민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 기간에는 한 해 100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축제를 즐긴 뒤 대부분은 춘천에서 숙박을 하거나 식사를 한다. 축제는 화천이 여는데 돈은 춘천에서 버는 것이다. 화천군은 명씨를 설득해 이곳을 민박으로 활용할 것을 권유하면서 화천에 민박산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화천군의 민박 활성화와 에어비앤비의 숙박공유 서비스 개념이 맞아 떨어지면서 명씨 만의 공간이었던 유곡산방의 공유가 시작됐다.   
 

명재승씨가 외지에서 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유곡산방. (사진=한준호 기자)


명씨는 유곡산방을 "타지에서 온 손님들이 고향에 계신 할머니 집에 찾아 온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호텔이나 펜션에선 맛볼 수 없는 가족과 같은 분위기와 강원도의 대자연을 한 꺼번에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명씨는 "호텔 등의 숙박은 주인과 손님이 따로따로지만, 이곳에 오면 한 공간에서 한 식구처럼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강원도 현지의 생활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유곡산방에선 마당에 나오면 여행객들이 보이는 곳에 늘 주인이 있다. 궁금한게 있거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이야기를 하다 목이 마르면 식혜를 함께 마시기도 하고, 명씨가 직접 볶아 만든 커피를 마시고 정자에 앉아 강원도의 자연에 대한 귀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산수기행을 하며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물아일체 (物我一體)'의 경험을 즐긴 조선의 선비들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유곡산방의 주인 명재승씨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는 일품이다. (사진=한준호 기자)

 
명씨는 국내 민박업자들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아침식사를 꼽았다. 그는 "시골은 도시와 달리 나가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민박 주인이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가지고 아침을 만들어주면 손님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곡산방에서 차려주는 아침상은 곤두레밥에 두부, 콩, 옥수수로 만든 반찬들로 구성된 절밥이다. 

명씨는 에어비앤비로 민박을 시작하면서 "내 집이기 때문에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라 손님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숙박비 이외에 1만원을 추가하면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은 기존의 단순한 방문을 넘어 여행지에서 현지인의 생활을 적극 느껴보자는 것이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도 "여행지에 왔는데 여행자 끼리만 어울리고, 현지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하는 기존 관광 방식보다 현지생활과 같은 여행을 제안하고 싶다"고 늘 강조한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2013년 한국에 공식 진출해 가파른 성장세다. 5월 현재 등록된 숙박업소는 전년 대비 97% 성장한 1만6000개로 국내에서만 작년 한해 약 50만명의 여행객이 이용했다. 또 국내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여행객이 243% 증가해 급속하게 이용자가 늘고 있다.  

 

유곡산방 앞 정자에서 보이는 풍경. (사진=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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