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톺아보기] 더민주 전당대회장 앞에서 집단 농성한 까닭

2016-08-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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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추미애 후보가 당대표 선출 직후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미애호(號)의 출항을 알렸습니다.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추 신임 대표가 54.0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선출됐습니다.

흔히 전당대회는 정당의 축제라고 하는데요. 이날 전당대회장도 축제 분위기로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막판 선거 운동의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각 후보는 대회장 주변에 선거 부스를 설치해 유권자인 대의원과 당원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대회장 입구 앞까지 각 후보를 돕는 선거 운동원들의 힘찬 응원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당 중심! 대선 승리 김상곤', '강한 더민주! 굳건한 연대! 확실한 정권교체! 필리버스터 리더십 이종걸', '대선 승리, 정권교체, 필승대표 추미애'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세월호 관련 단체 회원 100여 명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왜 정당의 축젯날인 이날 시위를 벌이게 됐을까요. 이날 새로 선출될 지도부에게 세월호 진상 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해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달라질 정국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세월호 특별법 개정으로 보여주십시오', '국민과 약속했지요? 여소야대 만들어 주면 세월호 문제 전면에 나서겠다고?'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섰습니다. 광주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시민 30여 명도 '광주에서 왔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해요' 등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사진=김혜란 기자]


박주민·표창원 더민주 의원도 함께했습니다. 묵묵히 그들 곁에서 더민주 대의원과 당원을 맞았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10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예은 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표 의원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습니다. 표 의원이 건넨 첫 마디는 "죄송합니다"였습니다. 표 의원은 유 위원장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더 힘을 낼게요"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유 위원장과의 짧은 인사를 나눈 표 의원에게 이날 시위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표 의원은 "너무 죄송해서 나왔다"며 "지난 총선 때 힘을 많이 실어주셔서 제1당을 만들어주셨는데 세월호 특별법 개정도 안 되고 세월호 특별조사조위원회는 중간에 강제로 쫓겨나가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야당은 20대 국회 개원 후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한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당이 응하지 않아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회 선진화법이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5석을 다 합해도 170석인 야당은 129석을 가진 새누리당의 벽에 막혀 있는 것입니다. 야당도 중도층 이탈을 우려해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 몸을 사렸습니다. 표 의원이 "아무리 국회선진화법이 있더라도 저희가 그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렸으니..."라며 말끝을 흐린 이유입니다. 

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경제 부분에서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세월호와 백남기 농민 문제, 사드, 강정, 밀양 등 아픈 사람들을 그동안 잘 챙기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약자 곁에서 약자를 위한 일을 한다고 해서 중도 보수표를 잃고 집권을 못 할 것인가는 의문"이라며 "경제는 경제대로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가야 한다"면서 초선 의원들 모두 한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위에 동참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 모임' 소속 한 시민은 "야 3당이 다 똘똘 뭉치면 왜 안 되느냐"며 "국회의원들이 단식도 하고 다 던지면 왜 안 되느냐. 남의 일처럼 사무 보듯 업무적으로 대하니 이러는 거다"라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은 정치의 힘이고, 약자 편에 서겠다고 약속한 야당입니다. 그는 "정권 교체는 내년 12월이고 특조위 강제 해산은 9월 30일"이라며 "국민의 고통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데 나약하게 정권교체를 하면 뭐하느냐"고 성토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시민도 "세월호 진상 규명하고 정권 교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더민주의 새 수장이 된 추 신임 대표는 전당대회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자 세월호 추모색이기도 한 노란색 재킷을 입었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더민주는 앞으로 어떤 색깔을 보여줄까요. 일단 추 후보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기간을 연장해 박근혜 정부가 은폐하려는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는 종합백서 작성 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30일 강제 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추미애호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사회 갈등과 분열을 치유할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국회는, 우리는, 세월호 피해자들과 연대해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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