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최근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세 논란이 크게 확대되면서 에너지소비효율이 뛰어난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아파트 및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서도 유·무상으로 제공되는 가전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경기도 화성에 모델하우스를 열고 오피스텔 분양에 들어간 한 중견건설사는 천장형 에어컨과 냉장고, 드럼세탁기, 가스레인지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가전 풀옵션’을 혜택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전기 누진세 논란에 따라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예상과 달리 해당 건설사는 불만 문의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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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으로 제공하는 천장형 에어컨과 냉장고 등 모델하우스 전시 가전의 에너지소비효율이 4등급인데 대해 소비자의 제품 교체 요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무상으로 제공하는 가전이 분양가에 포함되다보니 에너지소비효율이 낮은 제품 대비 가격이 다소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입주 시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을 받지 않는 대신 분양가에서 제외할 수 있는 지를 묻는 소비자도 있어 당혹스러웠으나, 이미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제품을 변경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무상이 아닌 유상옵션으로 제공되는 가전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달 서울에서 한 대형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유상옵션 상품으로 전시된 양문형 냉장고의 에너지소비효율은 4등급이었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임모(49·여)씨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은 낮은 등급 대비 전기료가 많이 나오다보니 유상옵션으로 선택하기 꺼려진다”면서 “과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최근 워낙 전기 누진세 관련 얘기가 많아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무상으로 제공되는 빌트인 가전의 에너지소비효율이 낮더라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설사 역시 해당 가전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아도 이미 계획된 가전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낮은 가전을 사용하고 싶겠으나, 무상 제공 가전의 경우 분양가에 이미 가격이 포함된 상태라 모델을 변경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건설사는 에너지소비효율보다는 빌트인 가전이 갖는 공간효율과 가격적인 면을 더 고려해 가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빌트인으로 제공되는 가전이 아파트 또는 오피스텔 내부 공간과 알맞은 크기로 제공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별도로 가전을 구입할 경우, 크기 차이에 따른 외관이나 기능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서울 강남권 등에서는 유상옵션 가전을 고급 제품으로 선택해 모델하우스에 배치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