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랜 공식이 깨질 기미가 보인다. ‘응답하라’ 최근작인 ‘응답하라 1988’의 남편, 최택을 연기했던 박보검(23)을 통해서다. 박보검의 복귀작 KBS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22일 첫 방송했다. 첫 성적표는 초라하다. 첫 방송 이후 단 한 번도 시청률 1위를 내주지 않았던 SBS ‘닥터스’와 50부작으로 기획돼 오랜 기간 팬층을 다져온 MBC ‘몬스터’에 밀려 시청률 꼴찌로 출발했다. 그래도 괜찮다. 창대한 것의 시작은 종종 미비하다.
시청률과는 별개로 대중과 언론을 사로잡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성공은 자명해 보인다. 월화극 절대 강자 ‘닥터스’가 23일 종영한 데다 그 후속작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대한 업계 반응이 미지근하다. ‘몬스터’도 시청률 10%를 오가며 겨우 체면치레를 하는 중이라 높은 벽이 아니다.
성공을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박보검의 안정적인 연기 때문이다.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왕세자를 맹랑하게 연기해내며 어눌한 말투, 순진한 표정 안에 끈질긴 승부사 기질을 지닌 천재 바둑 기사 최택(응답하라 1988)을 통해 보여준 안정적인 연기력이 단발성이 아님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