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르면 1~2년 내 실전 배치 가능할 듯
북한은 지난 2013년부터 SLBM 시험 발사에 본격 착수했다. 북한은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가 있는 함경남도 신포에 지상 SLBM 수직발사 시험 시설을 설치한 뒤 2014년까지 지상에서 모의 SLBM 수직발사 사출시험을 계속했다. 이어 지난해 5월 8일 SLBM 수중 사출시험을 처음 실시했으며 이후 11월 28일과 12월 21일에도 같은 시험을 반복했다.
지난 4월 23일에는 수심 10여m에 있던 잠수함에서 발사돼 물 밖으로 솟아올라 약 30㎞를 비행한 후 공중 폭발했다. 이날 발사는 지난해에 비해 여러 면에서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술 진전에 고무된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SLBM이 화염을 뿜으며 해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장면을 보도했다.
북한은 두 달여 만인 지난달 9일 신포 동남쪽 해상에서 또 다시 SLBM을 발사했다. 당시 물 밖으로 솟아올라 점화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약 10㎞ 고도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24일 발사한 SLBM은 약 500㎞를 비행했다. 이는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SLBM 중 가장 먼 거리를 비행한 것이다. 북한이 고각 발사나 연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줄였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수중 사출 기술에 이어 비행 기술까지 상당 수준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SLBM이 초기 개발단계에서 300여㎞를 비행하면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는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군은 당초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기까지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발사 성공으로 이르면 1∼2년 내 실전 배치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합참은 “SLBM이 약 500㎞를 비행해 지난 수차례 시험발사에 비해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한미가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전했다.
◆ 군사적 도발…남한 전역은 물론, 일본·미국까지 겨냥
북한의 SLBM 발사는 UFG 연습에 대한 위협이자,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무력 도발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2일과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인민군 총참모부, 외무성 등을 총동원해 ‘핵 선제 타격’을 운운하며 UFG 연습을 규탄하는 등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망명 등으로 김정은 체제의 위기설이 대두되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을 군사적 도발로 타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또 다시 SLBM 시험발사를 감행한 것은 UFG를 빌미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며 “한반도 안보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SLBM이 약 500㎞를 날아가면서 북한은 남한 전역을 위협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북한 잠수함이 은밀히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까지 침투해 SLBM을 발사하면 남한 전역을 타격권에 둔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사시 주일미군과 괌 미군기지까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과시했다. SLBM의 최대 사거리는 2400㎞ 안팎으로 추정된다. 잠수함의 이동거리까지 포함하면 사거리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지난 6월 22일 발사에 성공한 사거리 3000~4000㎞의 무수단과 함께 일본, 미국까지 위협하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SLBM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SLBM은 미사일 사거리와 잠수함의 작전능력이 합쳐져야 하는 것인데 잠수함이 은밀히 침투해서 발사하면 결국 이번에 발사한 SLBM의 사정거리는 500㎞ 이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이 실제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드 국면에서 핵억제력을 강화시켜 미국에 엄포를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