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이번달 10일(이하 현지시간)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IT업종 세계 100대 갑부 순위에는 무려 19명의 중국 기업인들이 포함됐다.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은 각각 8위와 9위를 차지했고, 바이두, 샤오미 등 유명기업의 CEO들도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51명을 배출한 미국에 이어 2위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의 IT 산업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 "중국이 모바일 미래 선도"… 미국이 중국 따라할 판
사용자 7억명 보유하고 있는 위챗은 단순한 메시지 전송기능뿐만 아니라, 금융, 의료, 교통, 엔터테인먼트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앱 하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를 통한 교통비 지불은 물론 식당과 병원 등을 예약과 비용지불이 동시에 해결된다. 여가생활을 위한 게임, 방송시청, 콘텐츠 검색 등도 이 앱 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은 바야흐로 '지갑이 없는 모바일 생활'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가 스마트 폰 등의 이동 단말기를 이용한 결제시장은 2015년에 9조 3000억 위안에서 2017년에는 15조위안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서구의 몇몇 IT기업들은 서비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중국 기업들에 의지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QR 코드 지불 등 실리콘밸리에서 막 도입을 시작한 기술들이 이미 중국에서는 오래전에 상용화된 바 있다. 특히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략 2억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한화 1조 7000억 규모에 달한다.
“솔직히 말해서 중국이 미국 것을 베낀다는 것은 최근 몇년간에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이 오히려 중국을 모방하고 있다"고 IT 리서치 회사인 스트레트체리의 설립자인 벤 톰슨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 "부족한 것은 기술 아냐"…이슬라엘 IT 서구와의 '교두보'
그러나 이처럼 앞선 모바일 서비스를 보유한 중국 기업들도 만리장성 밖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중국을 제외한 인터넷 영토는 여전히 실리콘밸리가 대부분 점령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17억명이 넘는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인터넷 인구의 3분의 2에 달하는 것이다. 유튜브 사용자도 10억에 달한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한 원인은 무엇일까? 세계적 애드테크회사인 탭티카의 CEO 하가이 탈은 벤처비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과 실리콘밸리의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문화에 있을 뿐"이라면서 "문화적 장벽과 마케팅의 열세를 극복하면 중국 기업도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가이 탈은 또 중국 IT기업들은 글로벌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슬라엘 기업들과 손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알리바바, 바이두, 샤오미 등 유명 중국 IT기업들은 이스라엘 기반의 벤처펀드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부터 IT 창업 자금 지원과 인프라 제공,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 정부가 산업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스라엘의 인구 1인당 벤처 투자액은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통신과 정보보안, 바이오 등 군수 관련 기술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은 중국 AI 스타트업 모브보이의 대표인 리즈페이가 월드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과 실리콘 밸리는 2~3년전만해도 비즈니스 모델이나 인재의 능력에 차이가 있었지만 현재는 많이 비슷해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싸구려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국가라는 부정적 시선이 중국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리즈페이는 지적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금새 '글로벌 기업'이라는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세계최대 IT기업 인수자로 올라선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유럽 IT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