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대륙을 열광시킨 중국의 선수들

2016-08-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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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은 22일 막을 내린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26개, 은매달 18개, 동메달 26개를 획득해 종합순위에서 미국, 영국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금메달 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51개, 2012년 런던올림픽 38개에 비하면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의 젊은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뿜어낸 에너지와 활력, 자신감, 자유분방함은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다시 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16년 여름, 대륙을 열광시킨 올림픽 스타들을 소개한다.
 

중국 여자배구팀 감독인 랑핑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선수와 포응을 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과거영광 재현에 올드팬 열광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대륙을 가장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종목은 단연 여자배구였다. 중국 여자배구팀은 B조 조별리그에서 4위에 그쳐 간신히 8강행 티켓을 따냈었다. 하지만 8강전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 국가인 브라질을 꺾는 파란을 기록했다. 18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중국팀은 강호 네덜란드를 이기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어 21일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6위인 세르비아를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결승전의 중국내 시청률은 69%까지 치솟았다. 중국의 여자배구 금메달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12년만이다. 선수들에게도 스폿라이트가 쏟아졌지만, 더 큰 찬사는 배구팀 감독 차지였다.

중국 여자배구팀 감독인 랑핑(郎平)은 1980년대 중국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최고의 배구 스타였다. 중국 여자배구팀이 처음 출전했던 1984 LA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주역이 바로 랑핑이었다. 랑핑은 1986년 은퇴한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1995년 중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이 슬럼프에 빠졌을때 랑핑이 감독을 맡았고, 이듬해 열린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기록했다.

이후 랑핑은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 생활했다. 중국의 끈질긴 요청으로 인해 랑핑은 2013년 4월 다시한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중국인들은 랑팡의 모습에 과거 중국 여자배구의 영광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 최초로 선수로서 또한 감독으로서 금메달을 딴 영광을 누리게 됐다. 랑핑은 "어린 선수들 덕분에 행복하다"며 "매우 열심히 훈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선전까지만 하더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우리는 다행히 잘했다”고 기뻐했다.
 

허쯔가 친카이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올림픽 시상대의 공개 프로포즈

지난 15일 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시상식이 열린 브라질 리우의 마리아 렝크 수영경기장에서 은메달을 딴 허쯔(何姿, 26)는 메달 수여식을 끝내고 퇴장을 위해 발을 내딛었다. 이때 허쯔의 시선에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오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허쯔 앞에 멈춰 서서 잠시 이야기를 한 후 그를 가볍게 안은 후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반지를 꺼내 허쯔 앞에 내밀고는 노래를 불렀다. 눈물을 흘리며 가만히 듣고 있던 허쯔가 고개를 몇 차례 끄덕였다.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는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허쯔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둘은 포옹했다.

남자는 이번 대회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딴 중국 다이빙 대표 친카이(秦凯, 30)였다. 둘은 6년간 교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친 친카이를 경기장밖에서 허쯔가 위로해주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교제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었다. 프로포즈 당일 허쯔는 "오늘 아침 숙소 방으로 들어갔을 때 친카이가 무엇인가 외우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것을 봤다"며 ""설마 청혼곡을 연습하고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또 "오늘 친카이가 나를 안아줬을 때 '내 남은 인생을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이는 바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쑨양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중국 수영 간판스타 쑨양

중국 수영의 간판선수인 쑨양(孫楊, 25세)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우선 지난 7일 남자 400m 자유형에서 쑨양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런데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인 맥 호튼(호주)은 “금지약물로 속임수를 쓴 선수는 신경 쓸 시간은 없다”라고 쑨양을 비난했다. 이에 중국의 매체들과 네티즌들은 맥 호튼이 공개사과해야 한다며 항의하고 나서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고국 팬들의 격한 반응속에 쑨양은 이틀뒤 벌어진 200m 자유형에서 1분 44초 65의 성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인들은 환호했다.

쑨양은 13일 열린 남자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15분01초97의 기록으로 전체 16위에 그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자유형 200m경기 직후 감기에 걸려 고열 등의 증세에 시달리다 이날 감기약을 먹고 경기에 출전했다. 쑨양은 2012년 런던 올림픽 200m 자유형에서 은메달,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 15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로써 쑨양은 올림픽 금메달 3개를 기록하며, 중국수영의 간판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여자탁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딩닝, 리샤오샤, 류스민(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3회연속 탁구 금메달 싹쓸이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중국은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탁구종주국임을 다시한번 만방에 각인시켰다. 중국은 남자대표팀으로 마룽(馬龍), 장지커(張繼科) 쉬신(徐昕) 3인, 여자대표팀으로 딩닝(丁寧), 리샤오샤(李曉霞), 류스원(劉詩雯) 3인, 모두 6명을 출전시켰다. 이들은 남자단체, 남자개인, 여자단체, 여자개인 등 4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며 경기장을 붉게 물들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탁구 종목에 출전한 선수는 세계 56개국 172명이었다. 이 중 44명이 중국에서 태어났다. 중국팀 6명을 제외한 38명의 선수가 중국에서 태어났으면서 다른 국가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 셈이다. 실제 싱가포르 선수 5명도 중국 태생이다. 호주와 미국은 6명 중 3명, 독일은 6명 중 2명, 프랑스는 4명 중 1명이 중국에서 태어났다. 캐나다와 터키는 각각 2명 모두가 중국 출신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전지희 선수 역시 2011년 귀화한 중국태생이다.

이처럼 전 세계에 중국 출신이 많은 것은 중국에서 탁구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 이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하기 어려운 중국 선수들은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자국 탁구 발전을 꾀하는 세계 각국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귀화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금메달을 따는데 실패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3회 연속 탁구종목의 금메달을 모두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의 마스코트로 떠오른 수영선수 푸위안후이.[사진=신화통신]



◆13억의 마스코트 푸위안후이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푸위안후이(傅园慧)는 올림픽 초반부터 대륙을 뜨겁게 달구더니, 급기야 13억 중국인의 마스코트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푸위안후이는 지난 7일 여자 100m 배영 준결승에서 3위를 기록하고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직후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푸위안후이는 "내가 그렇게 빨랐냐"고 반문하며 풍부하고 개성넘치는 표정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이어 기자가 "결승전을 위해 체력을 아껴뒀나"고 뭇자 "전혀 체력을 남겨두지 않았다"며 "난 홍황즈리(洪荒之力, 태고의 힘)까지 모두 사용했다"고 답했다. '훙황즈리'란 단어는 중국에서 그다지 자주 쓰이지 않는, 고전 사극에서나 가끔씩 나오는 고사성다. 하지만 푸위안후이의 입에서 터져나온 이 단어는 현재 중국내 가장 핫한 단어로 떠올랐다.

이튿날인 8일 결승전을 끝내고 가진 인터뷰에서 CCTV 기자가 "은메달리스트와의 차이가 0.01초에 불과한데 아쉽지 않나"라고 질문하자 푸위안후이는 "내 손이 너무 짧아서인가보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또 기자가 현재 기분을 설명해달라고 묻자 푸위안후이는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라고 대답했다. 곧바로 기자가 "당신은 공동3위로 동메달을 확정지었다"고 말하자 푸위안후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정말이냐"고 반문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중국 인터넷상에는 푸위안후이의 각종 표정을 캡쳐한 이모티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국가체육총국장(장관급) 류펑(劉鵬)은 "푸위안후이는 경기종료후 자신의 열정과 격동을 고스란히 표현해, 상대방을 감동케 했고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시켰다"라며 "푸위안후이는 현재 중국 체육인의 자신감과 열정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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