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교육 연수단 일행이 아난탈로 아트센터 내 연극 연습실을 둘러보고 있다.
아주경제 윤소 기자 =필란드는 인종 차별 없는 교육, 격차 없는 학교들, 초등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이며 만 7세, 즉 초등학교 과정은 유치원에 이어 ‘차별과 경쟁’이 아닌 ‘평등’ 교육을 유지했다. 교육이 교육자들의 몫으로만 던져지지 않고, 지자체 등 지역 사회가 함께 책임지도록 하는 기조도 변함없이 지켜가고 있는 나라다.
최교진 교육감을 비롯한 세종교육 연수단 일행은, 2일차인 지난 17일 핀란드 소재 야카란타 코울루(Jalkaranta Koulu)란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 학교 역시 주변에 숲으로 둘러싸인 환경을 갖춘데 다 1년이 채 안된 특성상 대학 못잖은 최신의 시설환경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1학급당 학생수 18명~22명에다 담임교사 외에 보조교사 1~2명이 최상의 교육여건을 지원했다. 교장이 행정업무를 전담하고 지자체가 학교설립부터 전반을 지원하기에 교사들은 학교수업과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프리(pre)-스쿨은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유치원 아이들의 적응력 향상을 돕기 위한 과도기적 학급으로, 매주 목요일 3시간 정도 초교 1년 아이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수업을 한다. 세종시 등 국내 학교와는 또 다른 차원의 배려로 해석됐다.
교육청이 별도로 없어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이 통합된 개념’으로, 일관된 교육철학 수립과 이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곳 학교 건립과 시설물 지원비 등의 일체는 지자체(시)가 지원했다.
세종시의 경우 교무행정사를 각 학교에 배치해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을 유도하고 있으나, 핀란드와 같은 효과를 거두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 연수 참가자들의 대체적 인식이다.
교육연수 참가자 A씨는 “세종에서는 최근 교사들의 업무 떠넘기기와 교무행정사의 업무 선긋기란 상충이 나타나는 등 과도기 현상을 겪고 있다”며 “교사들이 아이들 교육이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 찾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전국 2위의 도담초 과대화 문제 등 주요 교육 현안이 세종시교육청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현실도 핀란드 교육기관에 비춰볼 때 개선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교육 문제 발생 시 지역 사회 전반이 함께 해결해나가는 핀란드 사례는 세종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학교 통합과 신설 학교 설립, 과대학교 발생 등을 시교육청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신도시 토지 공급‧승인 권한을 갖은 행복도시건설청과 LH, 중심 지방기관으로서의 세종시, 국책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지원해야할 국무조정실 등 중앙부처가 유기적으로 지역 교육발전에 머리를 맞대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니 라우리 잘카란타 코울루 교장은 “문제나 갈등 상황 발생 시 대화를 해서 못 풀 문제는 없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핀란드에선 교육계를 넘어 지역 사회가 아이들 교육 전반을 함께 책임지는 구조다. 선생님들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동 없이 한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의 영어교사 리따씨는 “평가와 시험이 아닌 배움을 지원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며 “초등학교부터 무상교육이 지원되면서, 지역과 소득수준에 따른 학력격차가 거의 없다는 게 차별화된 요소”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만 7세부터 시작되는 의무교육, 대학까지 무상 지원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춘 교사들, 존경받는 직업 ▲무상 급식, 무상 교보재 ▲격차가 거의 없는 학교간 수준 ▲배움 공동체이자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토록 유도하는 교육철학 ▲학생마다 개별적인 배움을 지원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별이 없는 교육 등 핀란드교육 만의 특성과 장점도 강조했다.
이밖에 이민자와 난민 자녀를 위한 학급 개설(최대 10개월 적응기)과 그들의 언어와 종교 존중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핀란드 사회의 단면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숲 체험원과 아트센터는 핀란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방문하거나 거쳐 가는 곳이다. 학교 밖 또 하나의 교육과정이라 볼 수 있다. 빌라 엘빅(Villa Elfvik)은 있는 그대로의 산교육 현장을 제공하려는 숲 체험장으로, 교육 연수단 일행은 지난 18일 오전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 이곳을 찾았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숲속 곳곳에 쓰러져있는 나무들은 이방인(?)들의 시선엔 정돈되지 않은 곳이란 오해를 불러일으켰으나, 곧바로 안애경 강사의 설명이 이어지자 연신 “아”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나무가 쓰러져 죽음을 달리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니 그대로 둔다는 것. 그곳서 버섯이 자라고 각종 미생물들이 서식하며 어느 순간 땅의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순환의 가치를 살린다는 의미다.
이곳은 개인 가옥으로 활용되다 지난 1985년 에스푸(Espoo) 시의 전격 매입과 함께 1991년부터 숲 체험장으로 문을 열었다.
나무에 자연스레 자리 잡은 부드러운 이끼를 손으로 보듬어보고, 달팽이 등 미생물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고 수확하는 등의 체험으로 첫 코스가 시작됐다.
이어 성인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갈대밭에 둘러싸인 채 1명이 지날 수 있는 보행 목재데크를 통과했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갈대숲 소리는 평온함을 안겨줬다. 바다와 들판, 철새들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한 전망데크들은 잠시나마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존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했다.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둘레길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으나, 인공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풍광과 자연 요소를 살리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매년 3만여 명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은 이유다. 자라나는 아이들 누구나 한번쯤 이곳을 찾고 각종 체험활동과 자연학교에 참여한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핀란드 전체로 보면, 30여개 숲 체험원 중 하나다. 이용료는 무료다.
이곳서 교사로 활동 중인 사라씨는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교육하는 공간”이라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배워간다”고 말했다.
연수단 일행은 오후 들어 아난탈로 아트센터(Annantalo Arts Centre)로 동선을 정했다. 1886년부터 초등학교 건물로 이용되다 지난 1987년 헬싱키 시에 의해 현재의 기능으로 재탄생했다.
6개의 유치원 프로그램과 초등학생을 위한 아트 코스(10시간), 중‧고생을 위한 문화 코스 등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넘어 혁신 예술과 전시회, 이벤트 등의 행사도 진행한다.
가족을 위한 예술 치료와 아이들을 위한 북카페, 페인팅, 세라믹스, 코믹스, 무언극 등 다양한 장르의 교육도 진행된다. 교사들을 위한 웹서비스도 제공한다. 쉽게 말해 아이들의 예술적 재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거나 숨겨진 끼를 발견하는 장이다.
헬싱키 아이들 누구나 한번쯤은 이 센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이곳의 이용료도 역시 무료. 다만 사교육 성격이 아닌 심화 계발 차원의 유료 프로그램도 일부 존재한다. 예산은 문화교육부와 헬싱키시가 95% 수준을 지원하고, 나머지 기타 기관의 프로젝트 기금으로 충당한다.
매년 930개 코스에 걸쳐 1만1000시간의 수업이 진행되고, 1만 명의 학생이 수혜를 입는다. 연간 방문객 만해도 3만여 명이다.
연수단 일행의 한 중등교사는 “우리는 이 같은 예술 교육을 대부분 사교육 시장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대부분의 예산을 지원하는 아트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