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에 목매다 숨넘어가는 한국경제

2016-08-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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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발목 잡힌 '응급처방'

경제부총리 대국민 호소문도 효과 없어

구조조정 영향 대량실업사태·지역경제악화 현실화

[그래픽 = 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시급을 다투는 환자에게 투여해야 할 응급처방이 준비됐는데 투여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꼴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사태를 막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련된 '응급처방'인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혀 표류하고 있다.
이미 조선업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실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경기는 눈에 띄게 악화되는 모양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하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지만 기대했던 날짜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8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구조조정 여파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조선업 밀집지역인 경남지역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만9000명 늘었다. 전북과 울산 등을 포함할 경우 실업자는 2만3000명에 달한다.

이들 지역의 실업자 증가 폭은 지난 1월에는 1만5000명 수준이었으나 이후 3월 3만1000명, 4월 2만4000명, 5월 2만8000명, 6월 3만2000명 등으로 꾸준히 3만명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올해에만 실업자 5만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경제 악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울산지역 백화점·대형마트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감소 폭이 컸다.

경남지역은 대형마트·백화점을 포함한 전체 소매판매가 같은 기간 1.2% 늘어나는 데 그쳐 전국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소매판매액 지수 증가율은 1위 지역인 제주와 10배가 넘어 심각한 지역편차를 보이고 있다.

또 울산·전북지역 서비스업 생산은 전문과학기술, 협회·수리·개인서비스 등의 부진으로 전국 평균(3.7%)에 못 미치는 1.6%,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울산·경남·전북은 조선소가 밀집해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경남·울산지역 취업자 수는 각각 전국 평균(1.1%) 내외인 0.6%, 1.2% 증가했지만 고용은 생산·소비 등 지표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어 앞으로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편성된 추경이 언제 집행될 수 있을지 기약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타격을 받는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들이다. 추경 편성이 늦어지면 경영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이 고용유지보다 종업원 해고를 택해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3분기 들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2분기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로 근근히 유지된 내수가 3분기부터는 경기를 살릴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

오히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내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애초 지난 12일 국회 처리를 기대했던 정부는 여야가 합의했던 22일 국회 통과마저 어려워지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추경안은 성격상 시기가 생명이며 더 늦어질 경우에는 효과가 반감된다"라며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분기에 추경을 100% 집행할 경우 올해 성장률 제고효과는 0.129%포인트,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2만7000개다.

그러나 집행률이 50%로 떨어지면 효과는 각각 0.121%포인트와 2만5000개로 줄어든다.

유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후 "9월2일에 내년 본예산안이 제출되는데, 만약 추경이 10월에 통과된다면 이번 추경의 효과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뒤늦게라도 추경사업 일부를 내년 본예산에 반영할 길이 막혀버리는 것이 문제"라면서 "오는 22일 추경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2분기 예산의 조기 집행, 소비 진작책은 3분기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성장력 약화에 대비하기로 한 것인 만큼 추경은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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