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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현지시간 17일 추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2개월 만에 또다시 캠프 개편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클린턴과 공화당 기득권층을 공격하면서 명성을 쌓은 스티브 배넌 브레이트바트 뉴스 대표를 대선 캠프의 최고경영자로 임명하고, 캠프 고문이었던 여론조사 전문가 켈리앤 콘웨이를 선거대책 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현지 매체들은 배넌의 발탁은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의 승리를 이끈 반기득권 스탠스를 더욱 공고히 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의 전통을 무시하고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CNN은 리얼리티 TV스타 출신으로 미디어를 잘 아는 트럼프가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기보다는 보수 청중들의 환심을 사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캠프 개편이 트럼프에 변화를 요구하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끌어안았다.
트럼프 지지자인 개리 바우어는 “이미 지난 8일 간 트럼프에게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야 캠프가 올바른 길을 찾은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에 크게 뒤쳐지지자 트럼프가 벼랑 끝 탈출 계획을 세웠지만 대선 캠프 경험이 전무한 언론 경영자인 배넌이 무너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한계론이 제기됐다.
2012년 대선에서 미트 롬니 대변인이었던 케빈 메이든은 “6월 캠프 개편은 잘못된 선택이었는데, 8월 개편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후보를 바꿀 방법 없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버지니아 대학교의 래리 사바토 정치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가라앉는 타이타닉에서 갑판 의자만 정리하는 꼴"이라며 "트럼프는 열성적 지지층과 일반 유권자들의 심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트럼프 지지층은 트럼프가 내뱉는 모든 선동적 발언에 호응하지만 대중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지나치게 위험하고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캠프 내에서는 배넌과 콘웨이 간 의견 대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배넌은 트럼프의 전투적인 캠페인 스타일을 옹호해 온 만큼 트럼프를 정치적 중도로 이끌기보다는 파퓰리즘 여론몰이를 계속 밀어부칠 가능성이 높지만 콘웨이는 트럼프의 발언 강도를 조절하라고 조언하고 그러한 발언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설득해왔기 때문이다. 캠프 내 한 소식통은 “배넌이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라면 콘웨이는 브레이크”라며 이 둘이 트럼프의 발언에 의견이 갈리고 내분만 더 심해질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17일 공개된 경합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닥친 지지율 문제를 더욱 극명히 보여주었다. 퀴니피악 대학교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콜로라도와 버지니아에서 클린턴은 트럼프를 각각 10%포인트, 12%포인트씩 크게 앞서갔다. 아이오와에서도 클린턴이 3%포인트 우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