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이 베꼈다"…'맞춤법 검사기' 오픈 API 논란, 왜?

2016-08-17 14:51
  • 글자크기 설정

[권혁철 부산대 교수 페이스북]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한국어맞춤법검사기 개발에 26년, 카카오는 오픈(Open) API(개방형 정보제공)에 따른 업계 파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나요? 도덕성을 상실한 IT업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 중인 카카오가 지난달 말 무료로 공개한 맞춤법검사기 API에 대한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API가 권혁철 부산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의 오랜 성과물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다.
권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해 애초 베끼기식 개발에 이은 제멋대로식 오픈 API 결정에 쓴소리를 냈다. 그는 1992년부터 맞춤법검사기 프로그램을 선두적으로 개발해왔으며, 2000년 나라인포테크라는 벤처회사를 설립하고 언론사 및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법검사기 서비스 등을 제공해왔다. 현재 이 회사의 직원은 5명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2010년대 이후 맞춤법서비스를 시작했다. 포탈사이트 내 블로그, 카페, 검색어 등에서 사용되는 표현의 정확성이 곧 포탈사이트의 신뢰성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는 2010년, 다음은 2014년에 맞춤법서비스를 각각 시작했다. 

카카오 측은 전자출판업자 및 중소개발업자에 도움이 되기 위한 공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권 교수가 운영하는 나라인포테크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결정 이후 맞춤법검사기를 사용하기로 한 기업·은행 2곳에서 계약 취소를 결정했으며, 오픈 API가 있는데 굳이 유료로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탈사이트에서는 맞춤법검사기 뿐 아니라 지도, 음성인식, 번역 기술 등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하고 있다. 이번 맞춤법검사도 그 중 하나다.

카카오 관계자는 "무한정으로 맞춤법검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 사용량 제한도 있고, 무상(카카오)으로 제공되는 기능이 유상(나라인포테크) 서비스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대형 포탈사가 벤처사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포탈사의 경우 빅테이터에 쌓인 말뭉치에다 기존의 맞춤법검사기가 있다는 점에서 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을 관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 서비스를 선두에서 시작해 온 벤처사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포탈사의 벤처사 베끼기식 논란은 최근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네이버는 사용자들끼리 번역 서비스를 주고받는 '참여번역Q'를 내놨으며 스타트업 '플리토' 번역 서비스와의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급하게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앞서 5월에는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이 사진 어플리케이션 '싸이메라'에 사진보장 필터인 '러브'를 추가했으나 '아날로그 필름 시리즈'의 필터 일부를 사전 협의 없이 사용했다는 베끼기 논란이 일자 이를 삭제한 상태다.

권 교수는 "대기업 빵집이 동내서 자생하고 있는 빵집의 여러 장점을 참고해 새로운 빵을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무엇보다도 베끼기식의 경쟁은 도덕성과 윤리성의 문제라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