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잭 더 리퍼’는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희대의 살인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쇼홀릭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다. 뮤지컬을 본다기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같다. 극의 시작과 끝이 연결되는 구조와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엄기준을 비롯한 명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관객을 작품에 더 깊게 빠져들게 한다.
잭 더 리퍼는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희대의 살인마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수사관 앤더슨의 사건 보고로 시작해 그 사건을 따라가는 극중극 형태로 구성돼 관객들이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살인마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로맨스와 유머가 있다. 주인공인 다니엘과 글로리아의 사랑이 이뤄지는 장면에서는 애틋함을 느낄 수 있고, 기자 먼로와 수사관 앤더슨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마음껏 웃을 수 있다.

다니엘 역을 맡은 배우 엄기준이 충격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열연하고 있다. [사진=쇼홀릭 제공]
배우 엄기준의 다니엘 캐스팅은 탁월했다. 엄기준은 능글맞은 다니엘의 모습과 함께 광기어린 살인 연기, 글로리아를 애달파하는 감정을 완벽히 소화했다. 가창력에서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지만, 연기만으로도 통할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먼로 역의 정의욱도 ‘맘마미아’ ‘벽을 뚫는 남자’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한 내공을 바탕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상실한 채 물질적인 욕구만 채우려는 모습은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된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 던지는 무거운 메시지이기도 하다.

잭 역의 가수 테이가 광기어린 살인마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다. [사진=쇼홀릭 제공]
잭을 연기한 가수 테이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테이가 부른 노래도 대부분 록 밴드의 요소가 가미돼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를 영리하게 선택한 느낌이었다. 다만, 연기로 공연장을 압도할만한 카리스마는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공연 중 눈길을 끝 것은 2중 회전무대다. 이 장치는 자연스러운 장면 연결을 연출해 관객의 시선을 편안하게 했다. 회전무대에 설치된 건물과 조형물들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된 1888년 런던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잭 더 리퍼는 드라마틱한 연출로 마지막까지 한 순간이라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악마와의 계약까지 불사하는 다니엘은 섬뜩함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10월9일까지 서울 구로에 있는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