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열악한 투자환경으로 국내 금융사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이후 왕서방의 보복성 돈 줄 죄기 경향이 짙어지면서 금융투자 및 엔터·주식 시장은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매각 절차가 진행중인 한국 ING생명은 중국 자본이 인수 의지를 밝혔다 철회하면서 매각에 빨간 불이 켜졌다. ING생명은 국내 5위권 생보사로 총자산규모가 약30조원에 달해 올 상반기 국내 보험 M&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혀왔다.
ING생명 매각 자문사인 모건스탠리는 당초 중국 생보업계 5위인 '타이핑생명'과 중국 민간 금융그룹인 '푸싱그룹', 중국계 사모펀드인 'JD캐피털' 등 3개사를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가장 인수가능성이 높았던 타이핑생명이 ING생명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돌연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매각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NG생명의 본입찰은 당초 지난 12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중국 안방보험도 한국알리안츠생명 인수 의사를 밝힌 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를 발표한 후 1개월만에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되는 행보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례도 ING생명과 비슷한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중국 금융당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다 한·중 간의 정치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인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알리안츠생명만 고객이탈, 직원사기저하, 수익감소 등 직·간접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리스크로 불안에 떠는 건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이 여론에 기대 일방적으로 국내 투자를 철회하면 이미 제작에 들어간 영화·공연·드라마 등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기업에서 국내 엔터업계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억 6130만 달러(한화 약 1800억원)로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액을 넘어섰다. 이는 상반기 집행된 중국 기업의 국내 총 투자금액의 70%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내 차이나머니 이탈이 본격화될진 아직 미지수지만,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선영 신영증권 중국전략담당 연구원은 “차이나머니가 IT, 산업, 경기소비재, 부동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올 상반기에만 해외 146개 기업(5142억 위안)을 싹쓸이 할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중국은 여론 분위기에 따라 갑작스런 규제, 불이익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해당 국가에 대한 스탠스를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