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울역', '부산행'과는 다른 좀비의 변주

영화 '서울역'의 스틸컷[사진=NEW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집 나온 소녀 혜선(심은경 분)은 남자친구 기웅(이준 분)과 서울역 인근 여관방에 자리를 잡았다. 마땅한 돈벌이가 없는 아이들은 밀린 여관 값에 쩔쩔매고 기웅은 여자친구 혜선을 이용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기웅은 혜선에게 원조교제를 알선하고, 혜선은 이를 거부하며 다툼을 벌인다.

그 무렵 석규(류승룡 분)는 지인에게 딸 혜선의 소식을 전한다. 석규는 분노하고 남자친구 기웅을 만나 담판을 짓는다. 딸 혜선을 찾기 위해 여관방을 뒤졌지만 그곳에는 좀비로 변한 주인아주머니만 남아있을 뿐이다. 서울역을 시작으로 이상 바이러스가 퍼져가고 석규와 기웅은 좀비로 득실대는 서울에서 딸 혜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인다.

애니메이션 ‘서울역’(감독 연상호·제작 스튜디오 다다쇼·공동제작 화인컷·공동제공 화인컷 명필름·제공 배급 NEW)은 ‘돼지의 왕’, ‘사이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올해 첫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부산행’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상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했다는 것 외에는 닿아있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부산행’의 전사가 소개될 것이라거나, 배경이라거나, KTX에 탑승한 좀비 소녀(심은경 분)가 혜선일 것이라는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고 별개의 이야기, 인물, 전개 등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의 형태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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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과의 연결고리를 별개로 두고 ‘서울역’은 가장 연상호스러운 작품이기도 하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을 통해 보여준 그의 지옥도는 ‘서울역’에서도 여과 없이 그려진다. 어두운 그림체나 서술 방식, 비관적 인물들은 서울역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실감 있게 표현되고 사회적 병폐, 문제점들은 실사영화보다 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까발려진다. 거기에 ‘서울역’의 인물들은 좀비보다 더 끔찍하고 잔혹하며 추악한 면모들을 가지고 있는데 ‘부산행’의 인물들이 오히려 동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배우 류승룡, 이준, 심은경의 목소리 연기 또한 매력적이다. 배우들은 영화의 사실감을 더할뿐더러 ‘서울역’ 특유의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끌어가는 재료기도 하다. ‘사이비’,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을 그리워하던 팬들이나 좀비 영화 팬들에게는 반가운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