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애국심 마케팅을 말하다

2016-08-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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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호]

경기북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오제호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 12일 만에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기세라면 역대 19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일단의 평론가들에 의해 진부하다거나 국가주의적이라 폄하되는 애국심 마케팅의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기 때문이다.

애국심 마케팅은 최근 영화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국가대표, 명랑, 국제시장, 연평해전, 암살 등 관객의 애국심을 자극함으로써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애국심과 같은 특별한 가치가 돈이 되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애국심 마케팅은 ‘유무형의 재화를 시장에 유통시키기 위한 생산자의 모든 경영활동’을 의미하는 마케팅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뜻하는 애국심이 결합된 말이다.

마케팅의 궁극적 목적이 이윤 창출임을 감안하면 애국심 마케팅은 ‘애국심을 활용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諸 활동’ 정도로 이해될 수 있겠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 즉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대한민국에서 애국심 또한 경제적·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겪은 과거의 역경과 성취는 애국심이라는 주제 하에 상업적 콘텐츠로 활용될 여지가 무궁한 역사·문화적 자원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애국심 마케팅은 문화(산업) 전반에서 활용되어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애국심 마케팅의 대다수는 우리나라의 가치 있는 지난날을 다룬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고 부수적·간접적 역사 교육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게다가 활성화된 역사·문화 콘텐츠는, 그 내용이 정당하다는 가정 하에, 국민의 올바른 역사관·국가관·정체성 함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상기한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공유하게 된 국가에 대한 가치 있는 기억은 궁극적으로 사회갈등 해소 및 국민통합의 기제로 기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국심 마케팅은 신성불가침의 성격을 지닌 애국심을 물질적 기준으로 재단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또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관련된 역사·문화를 이윤 창출 가능 여부에 따라 순위를 매겨, 상업적 활용성이 떨어지는 역사·문화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애국심 마케팅의 어두운 측면이다.

한편 상업적 가치 창출을 본원적 목표로 하는 애국심 마케팅은 대중의 흥미 유발을 위해 콘텐츠에 각색을 가하곤 하는데, 각색의 정도가 지나치면 대중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있다.

특히 이러한 각색이 불건전한 의도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역사의 왜곡이자, 잘못된 국가관·역사관을 유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

상대를 베는 데 쓰일 수도 있지만 잘못 휘두르면 오히려 자신을 베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양날의 검’처럼, 잘 활용하면 이기(利器)가 될 것이나, 잘못 쓰이면 해악(害惡)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애국심 마케팅’이다.

경제적 가치 창출은 물론 역사·문화의 활성화 및 국민통합 기제의 마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신성한 가치인 애국심을 물질적으로 재단하고 역사·문화에 대한 오해나 의도적 왜곡을 낳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애국심 마케팅인 것이다.

이렇듯 그 명암이 분명함에도 우리는 애국심 마케팅을 중단 혹은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합당하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애국심 마케팅은 우리나라의 문화계를 주도하는 현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기한 애국심 마케팅의 경제·사회·문화적 가치가 미래 대한민국의 보존과 번영에 있어 필수조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사실 또한 애국심 마케팅의 필수 불가결성을 방증해 준다.

따라서 우리는 애국심 마케팅의 실시 혹은 수행을 주어진 사실로 인정하되, 본문에서 상기한 문제점을 예방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마케팅을 실시하는 생산자는 콘텐츠의 공공성도 고려하는 책임감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소비자는 콘텐츠에 담긴 각색 혹은 왜곡에 흔들리지 않도록 역사·문화적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

여기에 생산자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과 규제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정립된 역사·문화관을 기를 수 있도록 올바른 교육을 실시하는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애국심 마케팅에 대한 필자의 걱정은 한낱 기우(杞憂)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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