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를 지키겠습니다.' (국립현충원 방명록)
# '섬김의 리더십' (최고위원회의 배경막 서명)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0일 국립현충원 참배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방명록에는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가져가야 할 원칙을 남겼다. 이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새누리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썼다.
이 대표는 이날 민생 현안의 처리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반면 4·13 총선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 등 비박(비박근혜)계에서 진상 규명을 주장했던 당내 쟁점 해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 이정현 "'민생'이 최우선 과제"…녹취록 묻자 "시간 두고 논의할 것"
당 대표로서 첫 일정인 현충원 참배 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33년간 지켜 본 한국 정치의 모습을 반드시 바꾸겠다"면서, "숨길 것은 숨기고 지킬 것은 지키고 간직할 것은 간직하는 그런 식의 '셀프 개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선 '봉숭아학당'이란 비난을 받던 최고위 운영방식부터 바꾸기로 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이날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정책적 이슈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가급적 공개발언을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표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해 "말 그대로 최고위원회의는 회의 그 자체이지 논평을 나열하는 회의가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내용을 충분히 고민하고 의결해서 그런 내용을 브리핑하는 것, 이것이 회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당선된 직후 이 대표는 '앞으로 계파는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녹취록 파문, 총선 책임론 등의 쟁점을 남긴 상황에서 '비박(비박근혜) 껴안기'란 쉽지 않다.
당장 최고위원 중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빠른 시간 내에 체제가 잡히면 국민들과 당원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항을 하나하나씩 밝혀야 되고, 그런 부분을 투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다음에 상식과 품격있는 정치를 시작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강 최고위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총선 백서도 (책임소개 규명이) 부족하고, 녹취록도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되고 분명히 옳지 못한 일이라고 당에서 얘길 해야 한다"면서 "누굴 음해하거나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당헌당규에 벌칙조항을 만드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그는 같은 얘길 했다고 전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당 대표가 해당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잘 생각해보시고 판단해서 하시라고, 대표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면서 "대표가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문제도 현안 중 하나지만 일단은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 국가 안위와 관련된 문제에 집중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돌려 말했다. 일단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앞서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를 조기에 개최해 의견을 청취하고 당직의 문도 열겠다고 밝혔다.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부 주도로 열리는 당·정·청 회의도 앞으로는 당의 주도로 국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인선의 경우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표가 지명하도록 돼 있는 최고위원직 1석에 대해 이 대표는 "제 생각은 원외 인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내 의견을 들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