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카피캣' 패션업계의 자승자박

2016-08-1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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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두 가지 그림이 있다. 첫 번째에서는 한 사람이 동그란 돌을 깎아 자랑하자, 주변 사람들이 멋지단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각기 돌 모양을 선보이며 건전한 경쟁에 돌입했다.

두 번째 그림에서는 누군가 동그란 돌을 깎은 뒤 멋지다고 자랑했다. 그를 칭찬하던 주변인들은 이윽고 모두 똑같이 동그란 돌을 깎아 그 돌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한국 사회의 단면'이라는 설명을 달고 퍼져나간 풍자 그림이다. 이런 현상이 똑같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패션업계다.

대표적인 예는 아웃도어 의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아웃도어 인기는, 자체 브랜드는 물론 대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공급자는 점점 늘어났지만 애석하게도 경기가 점차 나빠졌다. 포화 상태였던 아웃도어 산업은 순식간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어느 기업은 사라졌고 어느 기업은 스포츠나 골프 브랜드로 방향을 돌렸다. 어느 브랜드는 일방적인 계약 파기까지 감행해 수많은 대리점주를 울렸다.

그럼에도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황금보기를 돌같이 했다.

그것이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 래시가드 열풍이다. 래시가드가 인기라는 말이 돌기 무섭게 대기업, 제조·유통기업, 스포츠브랜드, 심지어는 속옷업계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출고 물량을 2배 이상 늘린 곳은 10곳도 넘었다.

판매는 석연치 않았다. 세 자릿수 성장을 자랑하던 래시가드 열풍은 금세 꺾였다. 한 통계에서는 올 6~7월간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한 여성 래시가드 판매율이 10% 안팎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패션의류 중 '스포츠 브랜드'는 잘 된다는 맹신 속에 너도나도 스포츠 브랜드 출시로 방향을 틀었다.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들이 나이키나 아이다스가 라이벌이라고 말한다.

모두 동그란 돌을 만들어 피해를 봤던 패션업계가, 이번에는 모두 네모난 돌을 만들고 있다.

최근 인터뷰에서 한 패션회사 대표가 '정체성'을 성공의 열쇠로 내세웠다. 실제 '어떤 특정 의류' 대신 회사만의 뚜렷한 개성을 내세웠던 이 회사는 중국 등 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려가는 중이다.

다양한 돌이 나뒹구는 한국 패션업계를 마주하고 싶다. 대표의 말을 다시 한 번 인용하자면, "정체성이 바로 글로벌 패션 성공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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