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국 원전건설 계약 연기에 '발끈'..."신뢰관계 해치지 마라"

2016-08-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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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재 중국 대사 FT에 논평 게재

원전 사업 중-영 양국 위한 것..."경제협력 근간 상호신뢰 흔들면 안돼"

테리사 메이 영국 신임 총리. [사진=AP/연합]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영국 정부가 중국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힝클리 포인트 C(HPC)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전면 보류한 것에 대해 중국이 강한 '압박'의 목소리를 내면서 영·중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류샤오밍(劉曉明) 영국주재 중국 대사가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영국이 중국 기업과 함께 원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원전 건설사업 연기로 양국 신뢰관계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FT는 류 대사가 HPC 원전 건설사업 무산 위기에 대해 “영·중 양국관계가 중대한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며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고 전했다.

류 대사는 '중·영 관계의 기초는 상호신뢰 - 힝클리 프로젝트가 신뢰관계 위협' 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고 "영국은 자국 발전과 중국과의 신뢰관계 지속을 위해서 유능한 파트너인 중국 기업을 믿고 원전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 컨소시엄의 참여가 결정된 HPC 원전건설 사업은 시 주석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선언한 '중-영 황금시대'의 상징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계약 체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 영국이 돌연 계약 연기를 선언했고 최근 영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 컨소시엄에 군수 관련업체인 중국핵공업진단공사(CNNC) 개입 정황이 포착돼 계약을 연기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밝힌 상태다. 당초 참여하지 않았던 CNNC가 계약체결 시 CGN의 지분 33% 중 절반 가량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끼어들었다는 주장이다.
 
FT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의 새 정부가 HPC 원전건설 사업을 돌연 연기한 것은 중국에 호의적이였던 전 정부와는 달라진 태도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 주요 인사 상당수가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중국의 밀착관계에 미국 등 동맹국의 불만을 산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FT는 판단했다.

류 대사는 최근 영국의 원전사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노후된 발전소가 많아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영국 '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추가 원전 건설이 없을 경우 오는 2025년 가동 가능한 원전은 단 하나만 남을 전망이다.

또," HPC 원전건설 사업은 영국과 프랑스, 중국 3개국의 이익을 고려해 오랜시간 논의 끝에 얻어낸 성과물로 영국과 프랑스 관련부처가 참여 기업, 투자비용, 시공기간, 기술 안정성 등에 대한 심사와 검토를 모두 마친 상황"이라며 "중국은 영국의 빠른 결정으로 조속히 영국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CGN이 중국 최대 원전 기업이자 글로벌 수준의 실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과 각국 기업과 협력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중국 역시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기업과 협력해 원전을 건설했지만 외국 기업이 중국 원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과 영국의 밀접한 경제협력이 상호신뢰에 기반한 것이라며 원전사업 연기로 이를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강조했다.  

류 대사는 "영국의 대외개방정책으로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가 급증하고 있고 지난 5년간 중국의 대(對)영국 투자액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투자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며 "이는 상호협력과 신뢰를 기초로 한 결과물로 지금이야말로 상호신뢰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는 "양국간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원전사업 연기가 양국 경제협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앞서 CGN도 영국 원전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지난 1일 CGN은 성명을 통해 "영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모든 준비를 마친 중국광핵그룹은 하루 빨리 영국에 소중한 자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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