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경제학] 폭염에 웃고 우는 산업계…더위 계속땐 생산차질 불가피

2016-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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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등 냉방용품 매출 껑충

워터파크·영화관 이용객 급증

건설사 근로자 건강관리 만전

전력 사용량 급증에 수급 위기

지난달 10일 강원도 홍천군 비발디파크 오션월드에 많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강원도 홍천=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조현미·기수정·송종호·노경조·안선영·김은하·박성준 기자 = 폭염이 산업계 표정을 바꾸고 있다.

유통업계와 관광업계는 매출이 고공 행진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작년 여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끙끙앓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마트에선 더위가 한풀 꺽인 야간시간대 고객이 급증했다. 이마트가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의 저녁 9시 이후 고객수를 집계한 결과 2주 전인 7월 15~21일 대비 20.2% 늘었다.

기록적인 더위에 냉방용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롯데하이마트의 7월 에어컨 매출은 전월 대비 40%, 선풍기 매출은 55% 각각 신장했다. 

◆살인적 더위에 커피숍·마트·영화관·워터파크 '웃음'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여름용품 매출이 껑충 뛰었다. G마켓에서 최근 한 달간(7월 4일~8월 3일) 팔린 빙과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97%, 냉풍기는 139%가 많았다. 가공식품과 모바일쿠폰도 각각 49%, 50% 신장했다.

G마켓 관계자는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간편하게 주문과 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몰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신선식품·간편조리식품·배달쿠폰 등과 에어컨이나 선풍기 같은 계절가전 판매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커피전문점도 피서지로 인기다. 24시간 커피전문점인 탐앤탐스에선 폭염이 시작된 7월 26일부터 8월 1일의 오후 10시~오전 6시 매출은 일주일 전 같은 시간대보다 23% 증가했다.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5시의 매출도 평균 15% 이상씩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간대로 분류되는 오피스 상권에서도 20% 이상 판매액이 늘었다.

스타벅스의 최근 일주일간 아이스커피 판매량은 전주 대비 20% 뛰었다. 과일 블렌디드와 수제 프리미엄 탄산음료인 피지오 음료 매출도 14% 증가했다.

빙그레 아이스크림의 경우 지난달 1~15일 하루 평균 약 10만 박스가 출하됐지만 무더위가 시작된 16~31일 사이에는 약 17만 박스가 출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터파크와 호텔 수영장 역시 폭염이 반갑기만 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설악워터피아는 폭염이 시작된 7월 셋째 주 중반부터 이번 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많은 이용객이 몰렸다.

같은 기간 휘닉스파크 블루캐니언의 이용객은 28%, 대명리조트 오션월드는 4%씩 늘었다.

호텔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제주신라호텔의 올해 밤 수영 이용객은 예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라호텔 야외수영장인 어번아일랜드의 밤 수영 이용객 역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야외수영장인 리버파크 이용객도 전년에 비해 30% 많았다.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줄었던 이용객이 다시 늘어나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무더위에 야간 수영을 즐기는 이용객도 15%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열대야는 심야영화 인기로 이어졌다. 영화메가박스 동대문점이 내놓은 지난 6일 '무비올나잇표'는 매진을 기록했다. 무비올나잇은 자정이 지난 심야시간에 영화 3편을 연속 상영하는 심야영화 패키지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 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불볕더위에 소비자 물가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전력난·소비자물가 상승·건설업계 인력관리 '초비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적상추·깻잎·시금치 등의 가격이 폭염 탓에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원재료 가격 상승은 결국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의 가격이 올라가면 이를 흡수할 한계치가 점점 줄어든다"며 "최대한 가격 방어를 하는 수로 원재료 부담을 흡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선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에 분주하다. 폭염에 노출되면 탈진이나 열사병, 실신과 같은 온열 질환에 걸리기 쉬워서다.

안전보건공단은 건설현장에 폭염 대비 매뉴얼을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햇볕이 가장 뜨거운 오후 2~5시 실외 작업 중지, 작업시간 단축, 밀폐공간 작업 피하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업체들도 대응책을 내놓았다. GS건설은 건설 공사현장 곳곳에 간이 휴게실과 그늘막을 설치해 근로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대우건설도 현장 곳곳에 식수와 얼음 등을 두고, 오후 2∼5시 사이엔 '무더위 휴식 시간제'를 운영해 야외 근무를 중단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폭염특보가 발효된 날의 오후 1~3시엔 실내 작업을 권장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매뉴얼대로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무게를 두고 지속적으로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사상최대전력도 지난달에 세 차례나 경신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7820만㎾를 기록한 데 이어 25일 8022만㎾, 28일엔 8111만㎾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력수요 예비율도 9.22%으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예비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전력 설비 고장이나 폭염으로 수요가 폭증할 경우 전력수급 비상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기록 경신은 냉방용 전력사용이 급증해서라는 게 문제다. 앞으로 열대야와 폭염이 지속되면 산업현장 전력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산업부는 "날씨와 전력수요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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