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천안)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에서 4선의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5선의 정병국(경기 여주·양평) 의원을 누르고 비박(비박근혜)계 최종 단일후보가 됐다.
이로써 이번 전대는 친박(친박근혜) 후보 3명과 비박 후보 1명 간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비박계가 단일화 효과에 따른 표 결집을 노리면서 친박계는 강하게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전날 공중파 3사 TV토론회 직후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으며, 이날 오전까지 2000명(당원과 일반국민 7:3)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주 의원은 "화합과 혁신으로 당을 이끌 후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해서 힘을 합쳤다"면서 "화합과 혁신으로 당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정권재창출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대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의원이 주 의원을 누르고 단일 후보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예상을 깨고 주 의원이 단일 후보가 되자, 정 의원은 "결과가 이리 나왔고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4·13 총선의 국민적 명령인 당을 혁신하라는 것"이라며 "저희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혁신해서 국민정당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 역시 "여론조사에서 제가 지고 있었고, 불리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도 "두 사람 사이에 여론조사나 당원 비율을 정확하게 반영하면 제가 이길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 보고) 배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두고 '계파 패권주의'라는 비난여론이 이는 데 대해 정 의원은 "새누리당에 계파는 친박밖에 없고, 단일화 과정은 친박이 아닌 여러 그룹들이 종합적으로 만들어 온 과정"이라며 "혁신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혁신적 세력들이 경합을 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비박 후보 단일화는 앞서 김무성 전 대표가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김 전 대표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자신을 비주류로 자처하며 '비주류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최근에는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단일화를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한 후, 단일화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주 의원은 김 전 대표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무계파, 중립을 주장한다"면서 "김 전 대표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를 호소할 수 있지만 특별히 만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친박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재선의 이장우(대전 동구)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 전 대표의 이러한 선거 개입과 선거운동은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한 당규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징계를 요청했다.
범친박계 당 대표 후보로 나선 5선 이주영(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정 의원과 주 의원의 단일화 발표 직전, 기자회견을 별도로 열고 '또 다른 비박 패권주의'라며 "지금이라도 단일화 굿판을 멈추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과 이정현 후보 간 친박 단일화 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영 의원은 이에 대해 "계파 대결 프레임으로 전대를 치르면 새누리당은 망하는 길"이라며 완주의 뜻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