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경의 머니마니]채권형 펀드 전성시대

2016-08-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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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경 FM파트너스 대표]

2008년 30조원에 불과했던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8년 만에 100조원를 넘어섰다. 반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140조원에서 76조원으로 반토막났다.

채권은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빛을 발한다. 2009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1년 만에 5.25%에서 2%로 급격히 인하됐을 때, 2012년 유럽 경제위기로 3.25%였던 기준금리가 현재의 1.25%로 인하되는 기간 채권의 강세가 이어졌다.

물론 금리가 하락한다고 모든 채권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채권은 발행 주체의 부도라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신용위험이 있는 기업의 회사채나 신흥국 국채의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금리 하락기에 이런 채권에 성급하게 투자했다간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래도 신용리스크가 완화되는 시점에 투자를 한다면 상당한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우량 채권보다 한 박자 늦게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까지 하이일드 채권이 강세를 보인 것이나 최근 브라질 채권을 비롯한 신흥국 채권의 강세는 채권형 펀드도 편입 자산의 성격에 따라 투자 시점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빛을 발하는 채권형 펀드도 있다. 미국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선순위 담보부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일명 '뱅크론 펀드'다.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을 할 정도로 회복되고 있고 은행 대출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뱅크론 펀드는 이런 상승하는 금리에 연동해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물론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이라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유무형 자산의 담보를 확보하고 있는 담보 채권이기에 안전장치가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연체율이 늘어나고 담보 자산의 가치마저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어 채권형 펀드라고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과 약간의 변동성은 감내해야 한다.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주식형 펀드의 부진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은 서로 상반되는 자산이다. 주식이 좋지 않으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증시가 좋아지면 다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한다.

코스피가 오랜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다 보니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고 운용사 마저 박스권을 핑계로 주식형 펀드의 저조한 수익을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

오랜 박스권 속에서도 좋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극소수의 주식형 펀드가 존재하듯이 상황에 맞는 새로운 운용 전략으로 소중한 고객의 돈을 굴려야 한다. 또한 운용사와 판매사는 저금리 시대에 적합하도록 수수료 체계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수익도 없고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수료만 떼이고 있는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와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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