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백령도) = KT가 지난해 3월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구축한 ‘기가 아일랜드’가 최근 개시 500일을 맞았지만, 일부 관리 부실이 드러나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8일까지 백령도 현지를 취재한 결과 KT가 추진해 온 기가 아일랜드 사업의 핵심인 ‘기가 헬스케어’는 관리 소홀로 개인 건강 관리 서비스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가 헬스케어의 정확한 정보 측정을 위해선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노인들의 상시 착용이 필수지만 실제로 착용을 하고 있는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쓸모없어 이미 벗어 던진지 오래된 것이다.
스마트워치의 시간과 날짜도 맞지 않고, 작동을 해보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 일반 시계로도 사용할 수 없어 방구석에 처박아 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 할머니는 "비싼시계를 내가 고장낸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선다"며 "시간이라도 제대로 가면 시계로라도 쓸텐데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백령도 어민들의 선박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된 '올레 CCTV'도 일부 항구에선 선박이 전혀 관측되지 않는 무용지물 상태로 방치되면서 어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백령도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백령도가 기가 아일랜드라 불리는 이유를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지만, “그게 무엇인가”, “잘 모른다” "처음듣는 얘기" 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KT가 소외된 백령도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기가 아일랜드'는 사실상 허울뿐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KT ‘기가 아일랜드’ 프로젝트는 국제전기통신엽합(ITU)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걸쳐 통신사업자가 진행한 지속 가능 경영의 우수사례로 꼽혔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황창규 회장이 직접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소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황 회장은 유엔 관계자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대상으로 ‘한계가 없는 세상을 열자’란 주제로 연설하면서 통신사도 이제 경제발전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헌해야 한다며 KT의 ‘기가 스토리’를 추켜세웠다. 특히 황 회장은 백령도에 연착륙한 기가 인프라를 적극 소개하면서 글로벌무대서 공감대를 얻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는 백령도를 넘어 기가 아일랜드를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 섬에 조성하며 전세계 정보격차 해소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과연 내집 안방도 손놓고 있는 KT가 이역만리의 방글라데시까지 세심한 손길을 뻗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5시간 거리인 백령도 관리도 문제점이 있는데, 방글라데시까지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KT 지속가능경영센터 이선주 상무는 "백령도 등의 인프라 유지비가 연간 1억~2억 정도 들어간다"며 "기가 아일랜드의 신규 발굴보다 유지 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