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보호무역 대응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국제공조 뿐만 아니라 만일을 대비한 시나리오 마련에 분주하다. 자유무역 주위 당위성을 강화하는 부분도 정부가 향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보호무역주의 타파 위해 공동 대응기구 필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ASEM 경제장관회의 준비기획단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브렉시트 등으로 인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셈과 같은 지역협의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주 장관은 “2003년 회의를 마지막으로 13년간 개최되지 못했던 아셈 경제장관회의 재개에 대해 회원국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며 “경제장관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회원국간 경제협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의제들을 우선적으로 발굴·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자유무역주의를 위한 노력은 주춤했다.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들까지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해왔다. 이는 과거 선진국들이 가트(GATT)나 WTO 등을 통해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든다는 취지아래 움직였던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통상학과 교수는 “내년 개최되는 아셈 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유라시아 역내 자유무역 증진, 국경간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의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을 선조치 해야한다”라며 “2003년 회의를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인 만큼 세계 무역 흐름을 반영해 자유무역주의 바람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자유무역주의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모든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주장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우리의 제조업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외국 정부의 결정에 종속되게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주의가 보호무역주의보다 각국에 이익이 많다는 사실로 해당 국가들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민간 경제전문가는 “신보호무역주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상당히 빈약하다”며 “오히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미 FTA 등의 체결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든 점 등의 긍정적인 내용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 해결위해서는 신보호무역주의 뛰어 넘어야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하는 속에서도 우리 수출은 7월 감소폭이 다시 두 자릿수(-10.2%)로 늘며 부진을 이어갔다.
수출부진이 보호무역주의 때문만은 아니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 국산 제품의 경쟁력 약화 등과 함께 국내 수출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미국 대선 과정에서의 한민 FTA 재검토 논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한국을 둘러싼 보호무역주의 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교역 대상국의 규제 완화 등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교역 국가의 지켜야할 규제는 당연히 따르겠지만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양국 교역 관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악수일 뿐”이라며 “질 좋은 상품으로 자유로운 교역이 이뤄질 때 세계 경제도 회복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