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서 꿩으로
나비의 꿈
그러다가 갑자기 깨어보니 자기가 장주였다는 거예요.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어떤 구별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도대체 누가 장주이고, 누가 나비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서로 다른 물종(物種) 사이에서의 상호 전화(轉化)하는 현상을 물화(物化)라고 합니다.
만물은 개물(個物: 개개의 사물)이 홀로 독립되어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존재하는 상호의존관계인 것이지요.
장자는, 인간이 수신(修身)하여 속물의 세계에서 벗어나면, 개물사이의 구별이 없어져 자유롭게 서로를 넘나들어 만물 모두가 한 몸이 됨을 ‘물화’라 했습니다. ‘화(化)’는 이것으로부터 저것으로의 변화를 말합니다.
소요유(逍遙遊)에서도 곤(鯤)이란 물고기가 붕(鵬)이란 거대한 새로 변화하는 물화의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물화의 경지에 이르면, 사물에 대한 차별의식이 사라지고 만물이 하나로 같아지는 것이지요. 이를 만물제동(萬物齊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선처럼 자유로운 세계에서 노닐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선생은 동백림사건으로 옥중에 수감돼 있을 때 오페라 “나비의 꿈”을 완성하였습니다. ‘나비’는 자유를 상징합니다. 1969년 독일 오페라 극장에서 첫 공연을 했지요. 윤이상은 수감돼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부인이 대신 참석했습니다.
1990년 윤이상은 분단 45년 만에 남북 통일음악회를 성사시켰습니다. 서울전통음악연주단이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제1회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참가했고, 평양 음악단은 서울 송년음악회에 참가했습니다.
틱낱한 스님은 “한 장의 종이 위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다. 구름이 없으면 비가 오지 않고, 비가 오지 않으면 나무가 자랄 수 없다. 또한 나무가 없으면 종이를 만들 수 없다. 구름이 여기에 없으면 종이 역시 여기에 없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의 한 부분을 제거한다면, 그와 동시에 가까이 있는 우주의 다른 부분도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노자는 “천망(天網·하늘의 그물)은 광대하여 엉성한 것 같지만, 그 그물을 빠져나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 (天網恢恢, 疏而不失)”라고 했습니다. 우주의 질서는 이렇게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만물은 상호 공존하는데, 남과 북의 교류 통로는 언제나 제 자리를 찾으려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남과 북의 꽃을 찾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의 꿈’을 꾸어봅시다. 남북 통일음악회가 다시 열리는 날을 기다립니다.